길을 걷고 있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찾아오고 있다. 계절은 쉼 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 속에 흩어진 채 배열되듯 수많은 틈 사이를 메꾸고 있다. 사람과 부딪히며 스치듯 걸어가고, 흩날리는 바람의 속도에 어긋나듯 무심코 걷는다.
걷다가 눈길이 가는 간판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아는 사람이 없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는다. 짙은 향이 반갑게 맞이한다. 혼자여도 참 좋은 곳이다. 가까이 다가가 마음이 끌리는 음료를 주문한다. 뒤를 돌아 주위를 둘러본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을 테이블을 찾는다. 그곳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는다. 의자의 색상과 쿠션도 중요하다.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때문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설렘의 감정이 찾아온다. 그러는 사이 벨이 울리고 다시 주문한 음료를 가지러 간다. 조심스럽게 쟁반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나만의 의식이 있다. 냅킨을 깔고 커피잔을 올려놓는다. 산미가 적은 원두의 짙은 향을 음미한다. 그리곤 크레마가 사라지기 전에 한 모금을 마신다. 그제야 주위로 시선이 향한다. 이제 잔을 들고 교감의 시간을 갖는다. 바깥 풍경도 바라보는 여유가 찾아온다.
수많은 사람이 들고 나기를 반복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삶의 향기가 더해지기도 덜어내기도 한다. 기운을 충전하기고 누군가와 에너지를 소진하기도 한다. 바라보는 시선 속에 사람들의 삶의 시선이 쏟아진다.
다시 길을 걷는다. 바깥으로 나와 길을 걷는 일은 참 좋다.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는 일도 잠시 쉼의 시간이 되어준다. 주변을 바라보라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라고 여운을 남겨준다. 스치는 바람결이, 발밑 돌멩이가 이야기해 준다. 신호가 켜지면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은 꽂힌다. 마음과 교감하며 나를 꼽추 세운다. 이렇게 하루를 만나고 상호작용을 한다.
매일 길을 걷는 일은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이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우리이다. 매 순간 고독 속에 군중들의 메아리가 울린다. 그 울림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이며 동행하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세상은 그렇게 색을 입히고 덧칠해지고 낡아 희미해지고 더욱 또렷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와 만나는 매 순간, 길을 걷는다. 삶의 길을 걸어간다. 그것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