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발산

-쓰기의 쓸모

by Sapiens

<am.5:50>



요즘은 많은 사람이 글을 쓰기를 원하고 나아가 책 출간을 한다. 그 일환으로 글쓰기 플랫폼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혹자는 너도나도 작가가 되는 세상이라는 어투로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깊숙한 내면 속 꺼내놓지 못한 무언가의 꿈틀거림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하듯 우리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동적인 교육으로 자기의 생각을 꺼내놓는 일은 금기어처럼 듣는 교육에 익숙해져 있고 훈련되고 길들여져 있다.


태어나서 20년간의 교육이 우리는 닫힌 학교에서 묵언의 청강만을 지향하고 있다. 그 결과 글을 쓰는 행위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글은 생활이고 그 사람의 삶이다. 그러기에 모든 이가 글을 쓸 수 있어야 하고 작가라는 말을 할 수 있겠다.


'글은 그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글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의 세계와 감정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일 쓰는 자신의 생활 또한 어떻게 꺼내놓아야 하는지 모른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그 꺼내놓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결국 체념하게 되며 점점 퇴화되고 있다.


그 결과가 수능이라는 논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논술이라는 시험을 정답이 있는 구조로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사실 자기만의 생각을 꺼내놓았을 때 그 내용을 채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글이란 정답이 있고 없음으로 결론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서열화하는 구조로 우리 내면에서 생성되는 감정들까지 줄지어 세우는 경향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 쓰는 행위가 자유로운 발산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도 있겠다.


발산은 외적발산뿐만 아니라 내적 발산이 충분히 되었을 때 축적이 이루어지며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일기를 써 왔다. 책꽂이 한편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일기장들이 그들의 역사로 존재하고 있다. 일기장 안에는 활자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고 유영하는 그들의 삶이 꽉 차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위대함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배설과 같은 것이다. 길을 가다 만나는 순간의 감정을 내뱉듯 쉽고 솔직하게 꺼내 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충만한 존재로 머물 수 있다. 배설을 해 본 이들은 알 것이다. 배설의 쾌락을.


글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특권인 것이다. 그러니 맘껏 누려보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나가 보자. 그것이 자기의 인생에 충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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