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장소

-어린 시절

by Sapiens

<am.5:50>



커다란 나무 아래서 춤을 추고 있는 호접들의 날갯짓을 바라보며 그날 그 시간 속으로 시간의 추는 돌아간다.


어린아이는 겁에 질린 채, 창피한 몸짓으로 몸을 웅크린 자세로 온 세상과 맞서고 있었다. 삼거리라는 장소는 이상하리만치 의미 있는 장소로 기억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그날 그녀는 온몸에 피어난 울긋불긋한 두드러기로 인해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 앞 삼거리에 세워졌다.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굵은소금으로 등뒤를 문지르며 커다란 빗자루로 쓸어내는 행위를 반복하였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그렇게 8남매를 민간요법으로 키워내셨다. 자신이 신봉하는 방법은 법과 같은 존재로 일상을 지배했다. 여자아이에게 윗옷이 벗겨지는 행위는 수모처럼 느껴졌다. 다른 집들도 그런 일들이 빈번했으므로 묵묵히 그날의 의식이 빨리 끝나길 기다려야만 했다.


기억 속 살아 움직이는 깨진 파편 속에는 어머니의 삶이 듬성듬성 담겨있다. 그 시절 남수각이라는 큰 동네는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 이름이다.


어느 날 차를 몰고 딸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예전과는 초라하고 시든 채 많이 달라진 그곳의 풍광인지 잠시 애틋하다는 생각으로 휘 돌아서며 마주하는 삼거리.


삼거리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지금은 인적이 드문 삼거리로 서 있었다.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웅크린 채 앉아있는 어린 나 자신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 뭐 생각해?'


그날의 어머니만큼 자란 나는 고개를 돌리며 서린 미소를 지어 보낸다. 서린 채 존재하는 기억이 사라지길 바라는 장면인지 모른다.


아이는 엄마의 어린 시절 자랐던 이곳을 보며 어떤 기억을 담아내고 있을까? 그 기억 속 엄마인 나의 애틋한 뒷모습은 남겨지지 않길 바라본다.


시절인연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회상하더라도 그 장소의 인연의 향은 기억 속 잔잔하게 남아 호접몽처럼 하늘을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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