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다

by Sapiens


흩어진 머리를 질끈 틀어 올렸다. 제법 날씨가 싸늘했지만 소란한 마음은 시원했다. 밀란은 파란 렌즈를 착용하고 있었다. 지난밤 렌즈를 빼놓지 않아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녀는 성격도 똑 부러지는 성향을 지녔다. 동료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고, 문제 상황에서 조언을 잘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 밀란은 혼자이다. 지난밤 불편한 감정으로 혼술을 하며 늦은 시간까지 고민을 하느라 거의 밤을 지새웠다. 그녀의 곁에는 그 누구도 있지 않았다.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이 널브러진 방 안에는 발 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다. 비어있는 채 찌그러져 있는 맥주캔들이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초라해 보이기도, 원래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제 철저하게 혼자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전속력으로 헐떡거리듯, 자기만의 청춘의 고독 속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다. 외로움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독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많던 친구들을 떠나 온 날, 밀란은 자기만의 이별식을 요란하게 치러내고 있었다. 파란 렌즈 사이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음 구석진 습한 곳에서는 화사의 LMM. 마지막 가사인 '떨어지는 비에도 꽃은 피어난다'와 함께 멜로디가 웅성거리며 청각을 곧두세우고 있었다. 밀란은 숨을 쉬고 있었다. 분명 어제와 다른 살아있음의 긴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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