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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Jan 09. 2024

이별을 통해 포용력이란 생각을 해 본다

-포용력

<am.5:50>




에너지가 고갈되어 피곤한 상태다. 벌써 사흘째 집 안 정리를 하고 있다. 버리고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무엇을 이리도 많이 쌓아두고 살고 있었나. 는 생각이 찾아온다.


함께 하거나 놓아둘 때는 분명 필요하거나 소중한 것들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도 변색되고 비틀어지며 모양이 바뀌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시간에 취약해 늙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결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어리석음을 보는 듯했다. 그들의 구석진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모습들이 너무 다소곳했다. 함께 걸어왔던 물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까.


만지고 훑어보며 이별을 한다. 떠나보내는 주체가 나인지 그들인지 헷갈리는 감정이 찾아든다. 버리는 행위 또한 중독처럼 처음과 다른 게 속도감이 붙는다. 아련하고 아쉬운 마음도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살면서 누군가와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 시간만큼은 진지하게 보냈다. 그래서일까. 집 안 정리하는 것이 예전처럼 씩씩하지 않다. 나도 노쇠해지고 있는 탓도 있지만 이별의 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모르겠다. 새 마음으로 찾아왔을 때보다 낡아 흐물거리는 그들의 삶에 동행했을 때 더욱 친밀감을 드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나를 그 시절 인연 속으로 가두고 뒤돌아 걸어가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그 물건들이 다시 소중해지고 이별의 시간은 길어지기도 한다.


"버리세요."


과감하게 던지는 남편의 말에 생각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이별의 순간을 맞는다. 머뭇거림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면서 수많은 머뭇거림이 있지만 이처럼 아쉬운 머뭇거림은 없을 것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라나는 것들이 있다. 함께 했던 시절만큼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실수도. 그들이 던진 소소한 아픔도. 희미하게 남겨진 상처들도 선명하게 그어졌지만 지워지지 않은 채 뇌리 속에 봉인되어 함께 숨 쉬고 있었다.


이별이란 그런 것이다. 소소한 겉모습과의 떠나보냄이 아니었다.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존중과 배려로 미소 한 모금 던지며, 손길 한 번 스치며 소중한 이별을 한다.


비워내는 만큼 마음이 커진다. 좁은 공간이 넓어지며 포용력도 커진다. 남편이 잠시 쉬었다 하자며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넨다. 한 겨울 들이키는 차가운 커피 한 모금에 텅 빈 마음이 시원하게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물리적 공간이든 정서적 공간이든 버리고 채우는 일은 누군가의 배려 있는 건넴인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을 떠나보내지 않고 고이 간직하는 행위가 포용력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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