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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Jan 17. 2024

차단

-공간

<AM.5:50>


쾌쾌한 패브릭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노파부부가 건네는 차 한잔을 무심히 받았다. 색이 누렇게 변해있는 얼룩진 잔이 마음에 걸렸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컵의 모서리는 어느새 나의 혀를 향해 닿고 있었다.

"아!"

얼어있었던 몸이 서서히 녹아내리듯 그제야 시야 속에 공간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실내의 분위기는 아기자기했다. 노파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기라도 하듯 어두운 소파 위에는 쿠션 여러 개가 즐비되어 줄을 맞추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양초 두어 개가 불을 켜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듯 춤을 추고 있다. 누군가 또 있는 듯 마시다 내려놓은 찻잔 여러 개가 올려져 있다. 거실 중앙 테이블 위에는 소국이 듬뿍 담겨있는 꽃병이 놓여 있다. 노파는 보이지 않았지만 빵 굽는 냄새가 허기진 배를 움켜쥐기에 충분했다. 누군가를 위한 배려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직도 밖은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커다란 창문 사이로 바람의 촉감은 느낄 수 없지만 불어오는 눈발이 유리창에 휘몰아칠 때마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 순간 벽 한편을 자리하고 있는 벽난로가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고 있었다. 이 공간은 밖과 차단된 듯 차단되지 않은 채 잠시 머물다 떠나는 정착역이 아닌 아프고 시린  마음을 채울 수 있는 특별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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