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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Feb 02. 2024

내 인생의 변곡점

-모든 순간 깨어있기를

<am.5:50>



삶의 기회는 누가 주었을까? 세상이라는 곳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었을 때 나는 내가 누구이고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과 그 이후에 대한 무지로 그 앎을 갈구했었다.


어린 시절 나는 삼성혈 돌담길을 걸으며 이 해답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게만 느껴졌었다. 해답을 찾지 못한 작은 시절을 그 질문 하나로 모든 것을 삼켜버린 채 흘러 보냈다.


살다 보니, 살아가다 보니 파도에 휩쓸려 제2의 삶이라는 결혼을 하면서, 출산이라는 탄생을 경험하면서 타인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삶에 대한 성찰을 더 깊게 하며 순간 속에 머물곤 했다.


내 주위는 온통 하얗거나 까만색으로 칠해진 세상 같았다. 그 안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실체로 부유한 채 생명을 유지하는 작은 객체인 동시에 주체였다. 가느다란 줄을 움켜쥔 채 발버둥 치던 어느 날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다.


사랑이 덧칠해진, 애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뇌출혈, 4년간의 투병생활을 통한 적나라한 인간들의 모습들과의 마주함, 그리고 떠나보낸다는 죽음을 맞닥뜨리고 떠나보내는 의식인 장례를 치러내며 그제야 나는 그렇게 알고 싶었던 삶이라는 것에 조금 다가가게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나의 존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의 관점을 전환시켜 주었다.


그동안 현실 속에서 갈망하고 실행해 온 모든 것의 가치가 바뀌는 순간이 되었다. 앎이란 현실 속에서, 삶 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토록 어린 시절 궁금했던 것들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툭 던져지는 아픔 사이로 한줄기 빛처럼 스쳐 지나갔다.


힘든 시절은 나에게 북받쳐오는 눈물이었고 사랑의 전주곡이 되었다. 어머니와의 이별 이후로 남편의 암진단, 아들의 뇌물혹 진단이라는 일들이 펼쳐졌으니까. 신은 누군가에게 고통이라는 아픔을 통해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평온한 일상 뒤에 숨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없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처럼 누군가 나를 시기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 무엇도 나의 선택과 해석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삶은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 앎에 대한 고뇌가 지금의 나를 이끌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모든 순간이 인생의 변곡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인식한다는 건 시선이 닿는 곳에서 무엇을 자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반응할 것인가에 따라 상황은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모든 순간 깨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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