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piens Feb 01. 2024

요동치는 너, 바라볼 수 있다면

-'바다의 색'을 읽고

<am.5:50>



한 아이는 때때로 변하는 바다의 색을 마주한 순간, 자신의 수시로 변하는 감정의 원인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요동치는 감정에 휘몰아치던 시절, 아이는 몰랐다. 단지 벗어나고 싶었을 뿐, 주변은 온통 까만 세상이었다.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되었다. 깊숙한 세상으로 들어가 헤엄쳐 나아갔다. 불안과 아픔이 요동치기도 했지만, 침묵을 장착한 채 헤엄쳐 나아가 보았다. 그러던 어느 푸른 봄날, 조금은 잔잔한 날 바다를 바라보다 알게 되었다. 내면의 고요와 마주하는 순간을 직면할 수 있을 때 세상은 온통 침잠 속에 존재했다.


불안했던 소녀는 편안했고 주변은 평온했다. 깊숙이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온전한 자아와 마주하며 서로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혼돈스러워서, 내 자신이 미숙해서 검은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이는 삶의 바다를 유영하며 작은 파도와 붉은 노을, 잔잔한 포말,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폭풍우 등에 휩쓸리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위축되고 달아나고 싶고. 머뭇거리며 주저하고 눈물 속에 머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의 아이가 아니다. 초라하고 작은 배 위에 있지만 파도 위를 올라 탈 용기가 태어나고 있었다. 아픔이 일어난 자리에 고정된 채 외면하기보다 벗어나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이 아이와 함께 나만의 삶을 헤쳐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요동치는 너를 바라보며 나를 볼 수 있다면.

작가의 이전글 또 하나의 세상, 다양한 플랫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