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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Feb 03. 2024

시간의 흔적

-그녀의 생을 읽고 있었다


두 손을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생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세로줄이 여러 겹으로 주름 잡혀 있는 손목에는 빛바랜 은색의 시계가 삶의 경계를 짓고 있다. 노파가 된 시계의 추는 돌아가고 있는지 주름을 짓누르며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새의 발가락모양을 한 손등의 뼈마디는 움푹 페어 있어 혈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팔닥거리는 심장소리가 진동하는 듯하다.


엄지손가락은 X자로 겹쳐 삶의 겸허함을 표하고 있는 듯하다. 겹쳐 있는 검지 그리고 마주하고 있는 중지와 약지는 가지런히 펼쳐져 있다. 약지 손가락 안쪽 마디에 걸려 있는 마모된 금반지는 그녀의 청춘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헐거워진 뼈를 감싸고 있지만 긴 삶의 여정만큼 두꺼워진 마디는 가느다란 금반지를 놓지 않는다.


그녀는 대나무 의자에 얌전한 태도로 앉아 있다. 마치 삶의 순간들을 누군가에게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자리에서 흐르는 침묵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침잠하며 시선은 그녀의 생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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