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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Feb 04. 2024

그들을 바라보며 나를 만나다

-시선의 끝에서


오늘도 그녀는 카페로 들어서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 테이블 위에 물건들을 꺼내놓고 노트북을 펼친다. 순간 손등으로 물건이 스치더니 테이블 밑으로 떨어진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살피고 있다. 3색 볼펜이다. 손에 닿은 펜을 줍고 몸을 일으키는데 서로 시선을 마주친다. 그녀는 벗어놓은 신발의 자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땀이 나면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편이다. 그녀의 발이 종일 칙칙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 습도가 높아져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그러면 그녀의 발은 불쾌한 냄새가 가득한 공간 속에서 숨 막히게 지낸다. 그래도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노출된 공간에서 지내기도 한다.  


오늘부터 여름 장마가 시작이다. 다행히 큰비가 내리지 않는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그에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알록달록한 가죽으로 디자인된 샌들을 착용하기도 하지만 뜨거운 태양에 그대로 노출되어 땀범벅이 되거나, 흙먼지로 뒤덮이며 곤욕을 치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정말 온몸이 물에 빠진 꼴로 엉망이 되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럴 때면 정말 왕짜증을 내게 된다.


사실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 그의 육체를 감싸는 모양은 다양해진다. 따뜻한 털로 감싸기도 하지만, 긴 천으로 목을 감싸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을 만큼 디자인과 색상이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누군가가 자신의 공간 속에 머무는 날이면, 답답함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를 감싸고 있는 외투들은 자주 세탁되지 않는다. 얼룩진 채 지내야만 하기도 하고 냄새에 찌든 채 지내다가 버려지기도 한다. 때론 주인의 싫증이나 변덕으로, 때론 낡아 뜯겨서, 때론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세상과 이별을 맞이하곤 한다.


누구나 세상에 존재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들도 어느 날 버려지듯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그들도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누군가의 발을 보호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 그러다 아무 감정 없이 버려지는 날, 그들은 서글퍼한다. 삶의 고단함을 간직한 채 사라지는 자신과 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자신과의 운명을 맞닥뜨리며 삶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벗어놓은 시선의 끝에 존재하는 신발을 바라보는 찰나적 순간, 그의 속삭임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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