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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Feb 05. 2024

나의 학창 시절

-작은 용기

<am.5;50>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 어렴풋이 펼쳐지고 있다. 종례가 끝난 교실 풍경은 우왕좌왕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나길 기다린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담임선생님의 "종례 끝"

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면 친구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하나 둘 교실 문 밖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야말로 복도 안은 다시 아이들로 북적거리며 소란하다. 그렇게 모여있던 아이들이 흩어지고 나면 교실 안과 주변은 다시 정적이 흐른다.


어린 나는 고요한 정적 속에서 가방을 챙기고 있다. 느린 걸음으로 복도의 네모난 나무 신발장 안에 놓여 있는 신발을 꺼내 들었고, 신고 있던 실내화를 다시 그곳에 집어넣는다.


3학년 교실은 3층에 있어서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계단을 지나 직진하고 우회전을 하면 6학년 교실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직진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6학년 교실 쪽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어보았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교실 안에는 수업을 하고 있음에도 인기척도 없다.


키가 작은 나는 왼손에는 책가방, 오른손에는 신발을 들고 살금살금 복도를 걷고 있었다. 고요함이 답답하게 느껴졌을까? 어린 나는 교실 안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언니, 오빠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 내가 선물을 하나 선사해 볼까?'

짓궂은 장난을 하고 싶었다. 아니 어린 나는 언니 오빠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조용한 건 분명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졸고 있음이 분명하리라. 그 생각의 끝에 나는

"내 양말 빵구 났네. 빵구 난 내 양말. 빵구가 안 난 것은 내 양말 아니지."

목소리를 굵게 바꿔가며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떨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긴 복도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왔다. 그리곤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 교실 밖 담벼락에 기대어 숨 죽여 서 있었다. 순식간에 교실 밖으로 언니 오빠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앗싸"

첫 번째 교실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교실에서도 웃음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순간 어깨가 으쓱했다. 언니 오빠들 졸음을 물리쳐줬다는 생각에, 선생님을 골려주었다는 생각에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성공이었다.


작은 어깨에 둘러맨 가방이 유난히 커 보이던 작은 아이의 국민학교 시절, 천진했던 내 모습이 지워지지 않고 새겨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추억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경험은 시도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비록 그 의지가 작은 용기일지라도 그 무엇의 시발점이 되어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초등학교 추억을 작은 마음길 속에 만들어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 하나의 기억 조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지 않는 보물과 같다. 그 시절을 떠 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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