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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Feb 06. 2024

멀티태스킹

-뇌의 특효약

<am.5:50>



멀티태스킹



머리가 아프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미간을 찌푸리고 잔두통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단지 나이 듦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직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므로 전혀 다른 이유로 인지한 채 생활 속에 파묻혀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이명과 함께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점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소위 건망증이라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자꾸 무언가 되뇌게 되고 멈칫거리며 기억을 더듬는 일이 잦아지곤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뇌의 피로도를 몸으로 알려주는 신호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데서 이유를 찾으며 원인을 무시하며 지나쳐왔다.


젊은 날, 주방에서도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육아를 하면서도 멀티는 상당한 효율성을 가져다주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빨리빨리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하루가 엉망이 되기 십상이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여성들의 일머리는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설거지를 하면서 음식을 끓이고, 아이와 대화하는 일은 일상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스케줄을 기획하거나 운전대를 잡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보니 한꺼번에 여러 개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것은 업무의 효율을 높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누적되면서 시간은 뇌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더 이상 뇌가 복구될 수 없다는 사실과 맞닥뜨리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효율성을 가장한 뇌의 외침을 외면하며 혹사해 왔음을.


지금 나는 약을 먹어야 할 만큼 뇌가 아프다. 많은 현대인이 두통을 호소하며 두통약을 비상약으로 들고 다니기도 한다. 뇌가 아프면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종일 많은 일에 치이다 보면 뇌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한 대가인지도 모른다. 물론 기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한때 명상과 힐링시간을 갖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기도 한 것도 그러한 이유의 한 축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거리에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수많은 간판, 미디어에서는 넘쳐나는 현란한 광고들, 돈과 돈이 촘촘하게 망을 형성하며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흔들어대고 있다. 쉴 틈이 없다.


주변에는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채 객체의 삶을 살아간 지 오래다. 당연히 병들고 시들어갈 수밖에 없다. 멀티태스킹은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해오고 있었다. 가혹한 현대인들의 삶에 스며들듯이.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많은 이가 호소하면서 신경정신과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들을 보며 나 자신과 마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순간순간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고 쉼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사람들과 차단된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는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때만 해도 긍정적인 의미만 부각되었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많은 일에 치어 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슬로우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 빨리빨리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며 숨 막히는 것보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자유로움 속에 머물고 싶다. 뇌는 소중하니까.


고요가 가져다주는 힘은 컸다. 뇌의 휴식은 연결되어 더욱 몰입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준다. 무언가를 먹을 때도 허겁지겁 먹지 않고 음식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씹고 있다. 그 순간 각 음식 고유의 맛을 만나는 순간 찌푸렸던 미간이 펴진다. 머리가 편안해진다. 그렇게 힐링은 병든 뇌를 정화시켜 주는 특효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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