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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Feb 10. 2024

설날 아침

-특별한 단상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순간 반사적으로 휴대전화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화면을 터치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아침 6시. 앗!!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남편을 깨우고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가서 차례상 차릴 준비를 한다.


오늘은 설날이다. 새해 첫날 아침은 매번 분주했다. 하지만 이번 해는 태어나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시댁과 친정에서 벗어나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탑승 시간은 8시 30분,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결혼을 해서 우리만의 집을 장만하고부터 매해 명절 아침에는 문전제를 지내고 있다. 한 해 우리 가족의 무사안녕을 기원함을 담고 행하고 있는 의식이다. 그래서 오늘도 제는 지내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남편과 단 둘, 어제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을 차리고 가족의 건강을 빌었다. 그리고 소박한 음식을 챙기고 우리는 콜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설날 아침이라 공항 안은 한산할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캐리어를 든 여행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요즘에는 조상을 기리는 일보다 자기들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런 면에서 명절, 제사와 같은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성가신 일이기도 하다. 무엇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항상 해 오던 명절 노동에서 벗어난 나에게도 분명 홀가분한 감정과 여유로움이 찾아들고 있었으니까.


두 아이가 있는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맞춰 살다 보니 벌써 성인이 되었고 우린 중년의 나이에 앉아있다. 잠시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져서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 시간들이 스치며 지나간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우리는 분명 청춘이 아니라 중년의 모습이었다.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남편의 얼굴과 손으로 시선이 향한다. 그동안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그만의 살아온 세월이 풍기고 있었다. 노안이 찾아온 흐릿한 눈, 검버섯이 두런두런 피어있는 피부, 굵어진 뼈마디, 주름지고 헐거워진 손등에는 그의 오롯한 인생이야기가 숨 쉬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던 시선의 끝에 내 모습이 앉아있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상온이던 겨울 아침의 기온이 시렸을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젊은 날 비가 오면 칙칙함이 싫었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유리창에 맺히고 흐르는 빗방울이 운치 있게 느껴졌다. 비가 시야 속으로 들어와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그 신선함이 나를 환기시키며 다가와 속삭이고 있다.


'이제 노년이라는 또 다른 시간 속으로 걸어가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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