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득 찾아온 너

-공허감

by Sapiens


공허함을 느낀다. 자주 찾아오는 불청객 같지만 그 존재로 살아있음을 느끼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커다란 나무가 나를 짓누르고 있다. 수백 년쯤 되었을까? 마음을 지키듯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과도 같은 나무 같다. 곁으로 뻗어나가 자란 가지들이 땅에 닿을 만큼이나 존재감이 커서일까? 가끔 버겁다고 생각한다. 나뭇가지가 만들어 낸 그늘의 무게만큼 내 마음은 온통 먹구름으로 드리워진다.



감정이란 무엇일까? 수시로 변화하는 날씨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무수한 색을 품은 감정이란 무엇을 속삭이며 혼돈스럽게, 혼란스럽게 흔들어 놓는 것일까? 봄이라는 계절에 마음속으로 따뜻한 감정이 찾아오는 건 아니었다. 겨울이라고 시리고 아픈 건 아니다. 그래서 마음과 밖이 항상 함께하는 건 아니다. 안과 밖, 겉과 속, 무엇으로 가린다고 가릴 수 없는 표정은 가끔 정답을 노출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바라보며 해석하지 못하고 헛발질한다.


서로 숨바꼭질하듯 헤매다 보면 우연히 그렇게 마주한다. 오늘처럼.



감정에 휘둘리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얽매이게 한다. 강풍처럼 휘몰아치는 형형색색의 감정들을 어떻게 잠재울까에 몰두하기도 한다. 때론 지쳐 그냥 바라볼 뿐이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생겼다 사라지듯 것인지 모르겠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부여잡고 있는 건 아닐까?



바람이 차다. 이틀 사이로 눈이 날린다. 한겨울임을 잊지 않게 한다. 그럼에도 내일이면 입춘이다. 봄은 오고 있다.

keyword
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