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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s May 14. 2021

상념

-바다와의 물감놀이



상념


sapiens 



수아는 어깨가 아프지만 욱신거리는 통증을 잊기 위해 마음속 속삭이는 이야기를 따라 걸었다.
병원에서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고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타고 있던 차는 도로변 갓길에 세워둔 채 언덕길을 오르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듯, 차분하고 조용히 한발 한발 오르고 있었다.

그 길은 처음 오르는 길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 예전에도 오른 적이 있었다. 단지 수아의 모습만 달라지고 주변의 모습들 또한 크게 변한 건 없었다.

수아가 가고 있는 그 길에는 수많은 걸음들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그 길을 걷고 그녀가 도착한 곳에는 하나의 나무벤치가 외롭게 놓여있다. 바닥에는 풀잎들이 듬성듬성 계절의 색을 띠고 있다.

수아는 여느 때처럼 벤치 위에 다소곳이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급히 올라온 것은 아니기에 오래 걸리지 않아 원래의 호흡으로 돌아왔다.

수아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먼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서로 다른 것들이 이렇게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을까...'
바라보고 있는 수아의 마음은 바다의 색처럼 시원함을 느낀다.
원래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을 하지 못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바다의 짠 향기가 콧 속으로 들어오더니 바다 냄새가 기분전환을  시켜준다.
'싫어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네..'
혼자 피식 웃으며 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수아는 언덕 위에 올라와 앉아있으므로 눈앞어ㅣ 펼쳐진 풍광 속 바다는 수심이 깊어 보였다.

예전 같으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 바다의 깊이에 대한 공포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잔잔한 푸른 바람에 자기의 마음을 띄워 보내본다,
이 순간 수아는 물결 속에  비친 자신을 아른거리는  모습을 본다.

오늘도 수아는 이곳 넓은 바다가 보이는 나무벤치에 앉아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면의 이야기들을 바닷속에 풀어넣을며 물감놀이를 하곤 한다.

수아는 예전부터 이곳  언덕 위에서 자기만의 색을 풀어놓으며
바다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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