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치있는 일
나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sapiens
어느 날, 책이 양식처럼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 사연이 있다. 그때는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으며, 어떻게 상황을 처리해야 할 줄 몰라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자주 가던 탐라도서관, 2층 서가에서 책을 둘러보던 순간, 눈에 들어온 방하! 무심코 꺼내 들어 훑어보았다. 그러던 중 무언가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문장들이 들어왔다. 그래서 그 책을 빌리고 읽어 내려갔다.
불교서적과도 같은 이 책은 작고 얇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당시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어려운 상황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무지 속에 존재했었다. 주위의 어른은 많아도 가르침을 주거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보다도 속이고, 탐하고, 이익만을 쫓으며,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어른들만 있었다.
어느 날은 택시를 타고 가다 나이 지긋하신 기사님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만큼 나의 상황은 절박한 상황이었고 하루하루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나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눈에 들어온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의문에 의문의 꼬리를 물게 되었고,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 때마다 책을 만났다. 아니 만나러 찾아갔다. 작은 공간 속에 꼿꼿이 서 있는 책들을 보면서 부지불식간에 조금씩 조금씩 고민 속 해답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관점의 차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자기가 익히고 즐겨했던 방식을 고집하고 거스르는 일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무지 또한 인식하게 되었다.
삶은 바깥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삶은 내면에서 공허하고 갈증을 느끼는 것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채워간다는 것, 난 그 채움이 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다.
나의 꿈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만이 살아가면서 우리 앞에 주어지는 고통을 다르게 바라보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시련이 있고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것이 신이 주는 선물임을 알 수 있다. 겪으며 힘든 것들을 바라보고 해석하다 보니 자신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를 죽이지 못한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고 말한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처럼 말이다.
책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책은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책을 만나는 것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삶의 양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지는 아픔이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경험하며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삶이지만 나의 삶 속에 들어오는 일상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각도가 바뀌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책과 경험에서 얻은 것이다. 그 깨달음조차도 신은 공짜로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정확한 말이다. 아픔을 이겨낸 자만이 깨달음이란 선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나를 성장시켜주는 스승이며, 때론 친구가 되어 나를 무지에서 건져주는 역할을 해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니 글로 내뱉기가 풍성해진다. 글쓰기는 나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들을 꺼내 놓는 역할을 해준다. 내가 매 순간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가 나에겐 소중하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이야기한다. 어느 햇살이 비치는 날 바깥을 나가면 많은 이야기들이 들린다. 스치는 바람, 스치는 사람들,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들, 건물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간판들마저 속삭인다.
그러한 속삭임을 통해 나는 또 배운다. 그들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나를 글로 내뱉게 한다. 그래서 난 글을 쓰면 행복해진다.
책이 양식이라면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배설과도 같은 것이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았을 때 배설의 쾌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쓴다.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고 배설을 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행위가 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며, 가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