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죽언?

-성장 에피소드

by Sapiens

엄마, 죽언?

sapiens

둘째가 중학교 때 일이다. 항상 아이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편이었다. 둘째와는 세 살 터울이다. 첫 째가 고등학생이라 더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에게도 메시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카톡을 켜고 중학생인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자기의 꿈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첫째를 학교에 내려주고 나면 큰 얘 학교 근처가 아들의 학교여서 당시 아이들을 차로 등교시켰었다. 등교하는 시간은 우리 셋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하루 일정도 이야기하고, 해결해야 할 것들도 다시 한 번 체크하곤 했었다. 그리고 고민이나 학교생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었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들의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모두 내려두고 혼자 돌아오는 차 안은 또 다른 느낌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엄마의 모습으로 존재했다면, 혼자 있는 차 안에서는 엄마가 아닌 오롯한 나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 같다. 좁은 공간이지만 그 공간을 누구와 채우고 있느냐에 따라 내 존재 모습은 달라졌다.


나를 잊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육아를 할 것이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의 시간을 그냥 흘러가지 않기 위해 나름 소소한 나만의 힐링타임도 가졌던 것 같다.

당시 편의점에서 구입해서 마시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위로가 되었었고, 베이커리에서 구입한 찹쌀도넛이 기분전환을 해 주기도 했으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으며, 그러한 짧은 순간들이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그날도 아이들이 내린 차 안에서 나만의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온 나는 대충 집안 정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다.


, 어디지?’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 **? ?”

엄마 죽언?”


나는 황당했다. 엄마가 죽었다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텐데... 얘가 왜 이런 생각을 했지? 덩달아 나도 바보처럼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

엄마가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서 유서를 보낸 줄 알고, 너무 걱정돼서 교무실에 와서 전화하는 거예요...”

세상에, 나는 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으며 생각했다. 내가 보낸 내용이 그렇게 심각했나?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참 순수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엄마가 왜 죽니, 우리 예쁜 **를 두고, 오늘은 더 **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누나에게 신경 쓰느라 **에겐 이런 글 많이 못 보낸 것 같아서 보낸 거야”

아들은 내 말을 듣고도 미심쩍은지 무슨 일 있는 것 아니지? 하며 되묻고는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

중학교 1학년 초, 아들과의 에피소드는 생각이 날 때마다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에겐 엄마가 세상이고 전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경험이었다. 중학생이었지만 당시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고 천진난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어떻게 교무실까지 가서 선생님께 전화를 빌려서 전화를 할 생각을 했는지... 당돌한 면도 있구나.. 어디 가도 살아남겠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때 해프닝은 계속 회자되며 이야기하곤 한다. 아이들은 자라는 속도가 모두 다르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게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누구도 아이들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엉뚱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그 나이에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군 생활을 하는 대학생이다.

그렇게 순수한 아이가 이렇게 자라는 동안 나도 한 인간으로서 성장했음을 느낀다. 한 아이의 삶 속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겐 엄청난 큰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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