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루지

-육체조각의 탄생과 죽음

by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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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루지

sapiens


나는 태어나기 싫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미움을 받아본 적이 있다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는 이유는 전적으로 사람들 때문이다. 나는 편하게 지내고 있는 데 자꾸 씻지 않거나 또는 너무 많은 영양을 주거나 할 경우 나의 몸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부풀어 오를 때면 나도 무척 무섭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원인제공을 했음에도 부풀어 오른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처음에는 나를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짜증을 낸다. 그리고는 그제야 씻고는 ~ 왜 얘는 또 튀어나왔지’ 하면서 내 탓을 한다.


그럴 때면 나도 무서워 죽겠는데 나를 원망하는 눈초리에 끽소리도 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얼굴은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 야단이다 붉어진 나를 이리저리 만지다가 손독이 올라 붉어지는 면적이 넓어지는 상황이 되면 나는 더 이상 주인의 손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 나는 그냥 두면 자연히 가라앉으며 사라지는데 사람들은 그걸 참지 못해 나를 상처 내는 상황까지 가게 만든다. 나의 운명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렇게 나는 단단히 마음먹은 주인의 손놀림으로 부풀어 오르게 되면, 뾰족한 손톱으로 나를 누르기 시작하자마자 내 피부는 터져 혈액이 터져 나온다. 인정사정없는 주인...,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다. 그리고 어리석다. 가만히 두고 청결을 유지하면 스스로 가라앉는 나를 이렇게까지 해서 흉터를 내니 말이다.

나의 피부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는다. 주인은 계속 화장지로 누르고 있다. 그러면서 아프다고 징징거린다. 그러게 왜 나를 이지경으로 만들고는 아프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업자득이다.


그런데 나를 처참하게 짓눌려놓았으면 약이라도 발라주어야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상처에서 계속 진물이 난다. 그 폭행을 당하며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주인은 자신의 통증에만 집중하고 있다.

계속 흘러내리는 진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딱지처럼 노랗게 눌어붙어있다. 그런데 이 주인은 자꾸 손으로 진물 딱지를 떼어낸다. 그러면 다시 진물이 나오는데 바보도 아니고 정말 왕 짜증이다. 그렇게 나는 고통 속에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주인은 세수를 하며 나를 닦아낸다. 그리곤 화장대로 가서 연고를 꺼내 바른다. ‘진작 발라주지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약을 바르니 좀 살 것 같다.

그렇게 며칠 동안 진물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그러더니 딱지가 생겨났고 점점 부풀어 오른 피부가 가라앉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주인이 나를 가만둬야 할 텐데...’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오른손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자꾸 잡아당기는 것이다.


아 진짜, 지금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면 또 며칠이 더 걸려야 아물 텐데...’


다행히 주인은 살살 만지다 떼어지지 않으니까 포기하고는 나를 더 이상 만지지 않는다. 감사해야 하는 건지 참 우스운 상황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의 피부를 덮고 있는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려고 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 알아서 잘 견디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딱지가 떨어져 나간 자리는 검게 변해버렸다. 당연한 결과이다. 나를 그렇게 못살게 굴고 힘들게 한 대가이다. 이제 이 자국이 없어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주인은 매일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볼 때마다 나를 짜려본다. 나를 보는 그 눈빛이 참 어이가 없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건데..., 사실 내가 사과를 받아도 시원치 않은데 말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자신들의 소유물로 아는 것 같다. 우리도 살아있는 세포들로 엄연히 존중받아야 할 육체 조각의 일부분인데 말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계속 염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를 잘 아끼고 다루어야 함께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음을 언제쯤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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