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행복한 사람

by Sapiens




친구


sapiens


몇 일째 기운이 없다. 갱년기가 요즘 나를 괴롭히려고 작정했나 보다. 이마에서부터 식은땀이 범벅이 되면 더워서 선풍기를 틀어야 한다. 하필 건초염까지 찾아와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팔이 아파서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지 한 달이 되고 있다. 돼지우리가 따로 없다. 기억력도 떨어져 잃어버리는 물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식욕도 없어 더 기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오십대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육십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인 건가... 눈은 노안이 온 지 꽤 되었고 손등에는 검버섯이 하나 둘 생겨난 지 오래다.

사실, 오십여 년을 사용한 것 치고는 겉모습은 아직 멀쩡하다. 하지만 속이 너덜너덜하니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아들이 손등 검버섯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병원 가서 치료할 수 없냐고... 그때 나는 '왜 엄마가 살아온 흔적인데... 불편함이 없는 걸...'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난 나이 듦이 싫지 않다.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아들이 태어나고 난 후부터 생리 때마다 온몸에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폐경을 기다릴 정도였으니까...

이제 기다리던 폐경이 되어서 너무 좋아했는데... 통증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갱년기 증상까지 보태지니 마음과 같이 몸을 다루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몸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하는 일인지... 새삼 느껴지는 감정이다. 나도 이 오십 대를 처음 살아보는 것이어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겪는 사춘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친구에게 맛난 점심을 먹자고 전화를 했다. 친구 사무실 근처로 갔다. 친구는 아직 갱년기가 오지 않았다.

내가 한식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전복 해물뚝배기를 하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왼손을 잘 쓰지 못하니 전복이랑 새우등 친구가 손질을 해주며 먹으라고 챙겨준다.

동갑인 친구는 팔을 못써서 어떻게 하냐며 함께 걱정해주며 이런저런 우리 나이 때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밖으로 나와 기분전환이 되었는지 컨디션이 좀 괜찮아졌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 옆 카페로 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리곤 카페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진동벨이 울리고 우린 테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시 차를 타고 친구를 사무실 앞에 내려주었다. 내리기 전 우리는 차 안에서 한 모금씩 커피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었다.

참 고마운 친구다.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 돌아오는 차 안, 친구가 베푼 마음에 진한 여운이 남았다.

이처럼 우린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하루다. 힘들 때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야, 너는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렇게 갱년기 내가 먼저 잘 보내고 후에 너에게도 찾아올 때 잘 인도해줄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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