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시간
산책길
sapiens
요즘은 산책을 안 한지 꽤 된 것 같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지만 코로나 19로 집콕 생활과 사회적 거리로 인해 웬만해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근처 마트나 병원 그리고 가까운 곳에 갈 때는 걸어서 다니고 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느긋하게 산책하듯 준비하고 나가게 된다. 조금이라도 햇볕을 쬐고 운동 겸 걷기 위함이 크다.
그렇게 나와 혼자 걷다 보면 기분전환이 되곤 한다. 온몸에 정체된 이산화탄소가 환기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고 에너지가 활성화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봄부터 자유로운 산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끼고 걷다 보면 숨이 차고 헉헉거리게 된다. 공기의 순환이 어렵다는 것이다.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음을 일상생활 속 많은 부분들이 너무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마스크를 끼고 걷는 행위가 과연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걷는 행위 자체가 나의 생각의 정화를 일으키는 기능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순수한 산책길은 이제 사라졌지만 차선책으로 거리를 걸으며 사회적 거리를 두고 심어진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현란한 건물들 벽 위에 걸린 간판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가끔은 하늘의 색과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그리움의 대상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의 기다림 속에서 마주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우리 삶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한다.
우리 삶의 시간에는 여유가 없다. 무엇을 쫓으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은 것 같다. 길 위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열심히 걸으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여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행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은 높은 자살률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만의 삶에 대한 사색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너무도 많은 노동시간과 그에 상응하는 대가의 부재, 그리고 성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우리 자신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건 아닌지... 그래서 나는 우리 모두에게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도 지쳐 있으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허황된 설계로 인해 지금 현재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절실한 때인 것 같다.
나는 걸으면서 나의 삶을 생각한다. 걷는다는 행위가 산소가 공급되며 뇌를 활성화시켜준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나의 현재를 설계하고 실행한다. 나의 산책길은 나만의 사색의 시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