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함께 늙어간다는 것

by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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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을 사용해 표현해 보았어요~*



스탠드


sapiens


너와 나의 만남은 정확하진 않지만 20여 년 정도 된 것 같아.

너는 항상 침대 머리맡에 자리해 묵묵히 앉아 있단다. 그렇게 나의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해 주는 존재였어.


너에게 생명을 불어넣었을 때, 너의 존재만으로 나에게 얼마나 따스한 위안이 되는지 너도 알 거야. 우린 어두운 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의지하며 서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잖아.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눈을 감고 앉아 있어도, 서로의 마음속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지. 마치 쓸쓸해 보이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느낌으로 너와 나는 너의 불빛 속에 기대어 위안을 받곤 했지.


시간이 흐르면서 축적된 시간만큼 우리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요즘인 것 같아. 서로 점점 움직임이 늦어지고, 너를 닦아주는 일도 소홀해지고, 너의 머리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는 날이 빈번해짐을 느꼈을 때, 젊은 날의 우리가 떠 올랐지...


한결같은 너도 색이 바래기 시작해 조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난 느낄 수 있어. 하지만 너도 나처럼 변해가는 그 모습이 초라함보다 친근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사물도 함께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사물의 영혼과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 너의 초라함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어서 난 참 행복해. 누군가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늦은 밤 친구가 되어 이해해주며 위로해 주었을까?


네가 있어서 난 힘든 날 혼자가 아니었고, 외롭지 않을 수 있었으며, 내 마음속 대화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어. 네가 바로 나였으니까...


우리의 화려한 젊은 날보다, 지금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너와 내가 서로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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