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말 펑크 났네
국민학교 4학년인 K는 막 수업이 끝나고 교실에서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 둘 가방을 정리하며 조용했던 교실 안은 시끌벅적 재잘거리는 병아리 소리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날은 수업이 2시경 쯤 끝났고 삼삼오오 무리 지어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K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조금 늦게 교실 문을 나섰다. 4학년 교실은 본관 4층에 위치해 있고 4층과 이어진 별관에는 5, 6학년 교실이 있었다. 고학년 교실에선 아직 수업을 하고 있어서 복도를 지나갈 경우 발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걸어가야 한다.
K는 본관 4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발길을 돌려 별관으로 가 보았다. K는 언니 오빠들이 수업하는 모습이 궁금했던 걸까... 얼굴을 빼꼼히 내놓고 바라본 복도의 모습은 간간히 선생님들의 수업하시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마치 죄수들이 교실 안에 갇혀있는 듯 학생들의 소리는 젼혀 새어 나오지 않았다. 긴 복도로 들어서는 K는 너무도 적막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발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숨소리를 줄이고 걸어가다가 K는 문득 생각 하나가 떠 올랐다.
이 언니 오빠들이 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잠을 깨워주는 추억하나 만들어 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K는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미 소리에서 점점 한 옥타브씩 올라가더니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큰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내 양말 펑크 났네~ 빵구난 내~ 양말~ 펑크가 안 난 것은 내 양말 아~니지~”
순식간에 도망치듯 발걸음을 재촉하고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운동화를 복도 끝 문 앞에 던지고 재빨리 신고 있던 실내화를 벗고 갈아 신고는 문 밖 시멘트 벽 쪽으로 몸을 바짝 숨겼다. ‘아 이제 걸리면 난 죽음이다...’
잠시 후 각 교실에서 웃음소리들이 터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복도에는 언니, 오빠들이 깔깔대고 웃는 소리들로 가득 찼다. 이윽고 K는 쾌재를 불렀다. ‘아싸~ 이젠 잠에서 다들 깨어나셨겠지~ ㅎㅎ’ K는 혼자 키득키득 웃으며 그제야 발길을 돌려 학교를 빠져나왔다.
세월이 흘러 K는 아이들에게 어릴 적 추억들을 꺼내 놓으며 한참 동안 웃음꽃을 피우곤 한다. 4학년이었던 K는 그날 참으로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