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임을 다하는 눈부신 모습
#사진 속 이야기를 풀어내 보았어요-사진 에세이
같은 시기에 하나의 몸에서 피어났다.
때론 따스한 햇살로 포근했고, 때론 바람에 부대끼었고, 때론 차가운 빗방울에 아무 이유 없이 빰을 맞기도 했다. 강렬한 태양은 연약한 육체를 태우며 무더위와 싸우게 했고, 하얀 가면을 쓴 눈보라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강인함으로 견디도록 훈련시켰다.
우리는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피어나, 제각각의 모양을 지닌 채 성장하였다.
같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의 색깔도, 크기도, 생김새도 미세하지만 모두 다르게 변해 간다.
누군가가 우리의 생명을 범하든지, 아니면 주어진 생명을 다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순간은 여지없이 다가온다.
그러나 모질게도 질긴 생명은 떨어지는 순간에도, 그 이후로도 소멸된 것은 아니었다. 바스락거릴 만큼 말라비틀어져도 그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하나가 떨어지면 바로 그 위에 하나가 쌓이고, 또 다른 하나가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하지만 서로 얽혀 존재하되 싸우지 않는다. 서로 얼굴 붉히며 짓밟지도 않는다. 햇살에 가려진다며 상대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발에 밟힌다고 원망 섞인 투정도 부리지 않는다. 여러 색깔의 옷들이 입혀졌을 때, 자신이 더 예쁘다고 잘난 척하지도 않는다. 주어진 색을 아무런 불평 없이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서로 섞여 있어 오히려 조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해 낸다. 그들은 물들어 흩날리는 순간에도 자신의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지만 마지막 소멸의 순간이 오면 누구나 최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법이다. 꿋꿋이 자신의 모습을 지키면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서로 어우러져 눈부시게 존재하는 모습에 경외감을 품는다.
마지막까지 그들은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며 조화롭게 물들어가고 있다.
-2020. 2. 17. 지난가을 어느 날, 거리를 걷다 현혹시킨 그들을 사진으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