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이유

-가치 있는 삶

by Sapiens


어느 날 나의 몸뚱이는 잘려 나갔다. 뾰족뾰족한 톱으로 시끄러운 굉음 속에서 한 호흡의 순간에 투명한 혈액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내가 이곳에 온지도 10여 년이 넘었다. 그동안 내 몸에서 탄생한 열매들이 주인의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내 형제들은 나와 같은 운명을 타고났지만 두 운명으로 갈리는 순간이 온다. 서로의 왕성한 성장을 위해 누군가는 소멸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채 간벌이라는 행위 속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다.


처음에는 두렵고 겁이 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팔다리가 잘려나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가치가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발에 밟히고 눌리면서도 나의 명줄은 이어진다. 다행히 땅속에 연결된 나의 힘줄은 제거되지 않았으니 그 힘으로도 살아가 진다. 그러고 보면 생명이란 참으로 질긴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죽어있는 것처럼 생기 하나 없이 말라비틀어져 볼품이 없다.


나처럼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땅 속에서 엮어서 서로 지지하고 있음을 나는 몸으로 느껴진다.


죽어있는 듯 보이지만 치열하게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나를 보며 측은지심 보다 희망을 품길 바라보기도 한다.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는 생명을 쉽게 포기하기도 하지만 난 팔다리가 없어도 이렇게 살아지는 것을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부이 부치처럼 나도 살아지는 것 같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삶을 힘들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 것인가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존재하는 자기만의 소중한 이유가 있으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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