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동행

by Sapiens


수아와 그녀의 남자 친구는 배낭여행 중이다. 아마도 10년 전 그날이었지 싶다.



그날은 오늘처럼 유난히도 더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는 대학 CC 였고 무엇이든 맘이 맞으면 실행에 옮겼었다.



그해 여름 우리가 만난 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서로에 대한 호감이 최대치였다.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한다는 명목 하에 부모님 허락을 받고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물론 친구들과 동행했지만 코스를 나눠서 합류하는 일정이었다.



행선지는 제주도의 올레길 탐방이었고, 태양이 무척이나 이글거리던 그날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친구들은 우리의 커플룩을 화제로 이야기를 한참이나 이어나갔다.



사실 우리는 그제 밤 동아리에서 모임을 끝내고 동대문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새벽 데이트를 즐기며 구입했던 커플룩이었다.



뒷좌석에서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로 눈웃음을 지으며 그날 새벽 데이트 시간으로 되돌렸다.



쇼핑을 하고 새벽녘 포장마차에서 먹는 설탕 듬뿍 뿌려진 토스트와 진한 믹스커피는 피곤함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달달함이 마치 우리의 모습과 같았다.



우리는 세상의 중심인양 주위 모든 것이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50여분의 비행시간을 보내고 우리 팀은 제주공항에 착륙했고 우리 앞에 펼쳐진 제주의 여름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일단 우리는 7코스를 선택했다. 친구들은 4코스를 선택했다. 각 팀 도착하는 대로 연락을 취하고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그렇게 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난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는데도 피곤하지 않았다. 젊음이란 이런 것일까? 수아는 대학생활이 너무나 즐거웠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주체적인 삶을 기획하고 살아간다는 느낌이랄까... 살아있음에 이렇게 충만한 적은 처음이었다.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도 떨어져 혼자 걷는 시간이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스치는 사람들과 그리고 주변 모습들을 보면서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순간이 수아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아침 시간을 이렇게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길을 걷다가 어느새 친구가 옆에 와 걷고 있으면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진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다 길 모퉁이의 풀들과 꽃들이 이 무더위를 견디면서도 활짝 피어나 우리와 동행해주는 그들이 눈에 들어와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듯해도 혼자가 아님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우러지면서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아의 옆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각자만의 치열한 삶 속에 동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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