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또 따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by Sapiens


일요일 아침이 지나고 조금 늦게야 일어났다. 창문으로 찬기운이 들어오고 불어오는 바람으로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에 내린 비로 아스팔트 위의 열기가 씻기고, 구름들이 태양을 잠시 가려준다. 구름 아래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닿는 느낌이 체온을 식혀준다.



웬일인지 신랑은 거실 소파에 앉아 팟방으로 영어를 듣고 있다.


"여보, 나 일어났어. 우리 밥 먹자. 뭐 먹을까?"


"간단히 주스 만들어 마실까?"



신랑은 그럼 토스트를 만들어 먹자고 한다. 나는 주스를 만들고 신랑은 토스트를 만들었다.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랑은 주스에도 블루베리와 단백질까지 추가해달라고 주문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잔소리ㅠㅠ



샌드위치에도 계란은 기본 2개. 소스류도 2가지를 선택한다. 나는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편이고 양도 식빵 3개면 많은 편이다.



신랑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그냥 좋다고 했다. 뭐 먹다가 남기면 되니까...



거실로 챙기고 와서 우리는 인증샷을 찍었다. 자신의 작품이어서인지 기다리며 이쁘게 찍으라고 한다. 그러더니 찍고 나서는 얼른 가족 톡에 올리라고 성화다. 이럴 때는 어린 얘가 따로 없다.



얘들을 키우고 독립을 시켰더니 더 어린 어른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스 맛은 입에 맞아?"


"응~ 맛있는데~"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준 레시피라 흡족한 모양이다. 그러더니 자신의 토스트를 들이대면서 한 입 먹어보라고 성화다.

나는 내 것도 양이 많아 안 먹는다고 했더니 계속 권한다.



왜 그럴까? 사람은 자기 입맛에 맞으면 타인들의 입맛에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20여 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아내의 성향을 모르는 걸까?



그리고 한 번 권하면 되지 왜 여러 번 권해서 난처하게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먹지 않았다. 담백한 빵맛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소스로 재료의 맛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성향이 있듯이 입맛도 다양하다. 가족이라고 입맛이 같지는 않다. 서로의 라이프 생활을 존중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내를 생각해서 행하는 넘치는 행위들이 사랑일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성격을 알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거절할 줄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상대의 사랑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오늘도 둘만의 시간 속에 함께 또 따로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공존하며 동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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