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름 바다

-알작지와 바다이야기

by Sapiens


뜨거운 햇살도 더위가 버거웠는지 한바탕 천둥이 치더니 비가 쏟아진다.


주말이라 잠깐 드라이브 나온 우리는 온통 주변 도로가 렌터카로 채우고 있어서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담소만 나누고 있었다.


화난 듯 짙은 회색빛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쏟아지는 빗줄기는 더위를 한소끔 식혀주고 간다.


빗줄기로 가린 시야를 와이퍼로 걷어내 본다. 제주로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참 많았다. 우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 잠깐 차를 세웠다.


가슴을 식혀주는 푸른 여름 바다가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제주도의 자연이 참 곱다. 고향이 제주인 나는 외국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든, 제주만큼 깨끗하고 삶의 질이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자연을 매일 볼 수 있는 행운을 제주도민들은 감사히 여긴다.

어디를 가든 부담 없이 도심지를 벗어나 잠시 힐링할 수 있는 제주여서 더욱 사랑스럽다.


신랑은 짙은 푸른색의 여름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느끼며 알작지(둥근돌, 먹돌)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제주도 방언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랑은 먹보말(먹돌에 붙어사는 보말)들이 알작지에 많다고 한다. 그리고 수두리 보말(껍질에 해조류가 낀 보말) 보다 귀한 보말이라며 들려준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바다에 펼쳐진 알작지들을 눈에 담아본다. 정말 동글동글한 돌들이 가득이다. 신랑은 조천이 고향이라 바다에서 매일 수영을 하며 자랐다고 했다. 나는 제주시에 살아서 사투리도 약하고 특히 어머니가 바다는 위험하다고 가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도 물이 무서워 수영을 하지 못한다. 신랑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저렇게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 존재로 변하는지... 그러고 보면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알작지들도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반복되어 움직이며 모양이 둥글게 되었으리라. 그 쓸림에서 오는 아픔을 매 순간 인내하며 먹보말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관광객들은 그 사연들도 모른 채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신만의 추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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