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속 존재함이란?

-서로 연결되어 존재한다

by Sapiens




가끔은 새로운 장소에 머문다. 그 소소한 새로움이 설레는 감성을 생성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맘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짙은 원두향을 맡는 순간, 행복한 감정에 풍덩 빠져버렸던 적이 많다.


볕 좋은 어느 봄날, 길을 걷다 문득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길 위에 존재하는 나무들과 푸른 하늘, 피부에 닿는 작은 바람결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해진다.


이 순간 새로운 시간이 되어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많은 상념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매 순간 속에 집중하다 보면 주위에서 들리는 삶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햇살이 포근하게 어깨를 감싸주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를 충실히 지키며 서 있는 나무들도 푸르른 색으로 주변을 인테리어 하듯 전시되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침묵 속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결코 작은 바람결에 날아가 버리는 마른 낙엽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뜨거운 태양처럼 강렬하다.


무심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준다. 항상 소리 없이 이야기할 뿐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기 때문에, 자기 위주의 해석을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작은 몸짓을 결코 바라보지 못한다. 그리고 우린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따름이다.


공간 속 존재함이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우리 자신도 누군가의 죽음을 넘나드는 산고를 통해 이 세상이라는 곳에 왔듯이 그 감사함에 눈물이 흘리는 것이다.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때론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고통까지도 말이다. 고통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갖게 해주는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돌틈사이로 빼꼼히 피어난 예쁜 꽃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참 신기한 감정이 든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비집고 나와서 결국 꽃을 피워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만약 우리가 그 꽃이라면 소리 없이 피어날 수 있었을까? 꽃도 저절로 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씨를 뿌리든 또는 바람이 날려 보내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어떤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꽃도 그 순간까지 엄청난 고뇌의 시간을 견디며 피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가다 무심코 생명을 멸하지 말아야 한다.


눈으로 그 고귀한 생명의 삶을 감상하며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들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소통이며 교감하는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나며 그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참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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