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50대 주부의 이야기

by Sapiens



50대인 나는 삶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막내 아이가 대학시험을 보는 수능날은 나에겐 카운트다운이었다.


육아를 하며 5년간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고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처음 겪는 일들 속에서 책임과 의무감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함께 가족이라는 것을 만들어가면서 수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힘겨움에 눈물도 흘린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누구나 자신의 어깨 위에 짐을 짊어지고 살듯이 말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를 통해 이 세상에 왔음을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입관식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함이 내가 해야 하는 의무라는 생각이 각인되었던 것 같다.


작은 아이가 뇌에 물혹이 생기고, 오진으로 인한 힘든 경험을 통해 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것이 가장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며, 남편의 암 진단으로 세상에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죽음이란 한 호흡 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많은 고비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보통의 삶...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쫓으며 살아가기보다, 오늘 이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모든 불행은 욕심으로 시작되며 그 과욕으로 자존감 상실과 고통의 씨앗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고통들이 나를 성장시켜준 깨달음이란 선물로 신이 내 가슴속 깊이 차고 차곡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신은 깨달음조차 그냥 주지 않는다. 세상엔 공짜가 없듯이 그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우리 스스로 터득하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불행을 고통으로만 생각하면 깨달음이란 생기지 않는다. 어떠한 경험이든 그 경험을 우리가 체화했을 때 진정한 깨달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에게 세상은 다르게 펼쳐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래 다 와라...’ 나에게 이번에는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해 이 고통이 주어졌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하루를 지내주는 것조차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지금 나는 아이들이 모두 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제주에는 남편과 단 둘이 지내고 있는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결혼과 함께 나의 삶이 없어졌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지금... 나는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내가 가장 건강하고 젊은 시기이며, 가장 의욕이 넘치는 시기이고, 자유로이 움직이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 너무나 행복하다.


오롯이 나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도 길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렇기에 더 소중한 시간들임을 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시도하고 있다. 항상 살아있음을 느끼고 나 자신을 지탱해준 책 읽기는 가장 중요한 나의 일 중의 하나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기 위해 토론 모임을 더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르겠다. 글을 쓰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경험을 하고 난 후 글 쓰는 시간이 나에겐 힐링의 시간이 되어 주고 있다. 그리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동아리를 만들고 라이터스 마켓 등, 여러 활동들에 동참하며 나의 또 다른 면들을 경험하고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통 관심을 가진 여러 이웃들과 소통하며 사고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 브런치 작가에 떨어졌지만 속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부족한 점을 채우라는 가르침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될 때까지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전할 수 있다는 시간과 열정이 아직까지 남아있음에 감사한다.


나는 첫째 아이와 함께 솔트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부모와 자녀가 아닌 한 인간대 인간으로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대의 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과정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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