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다는 것

-순환

by Sapiens



소복이 쌓인 눈길 위로 걸어간다.

도로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발 밑에서는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다. 지나온 자리에는 웅덩이가 생겨나고 있었다. 솜털 이불처럼 펼쳐져 있던 세상이 순식간에 톱니바퀴가 지나간 길처럼 울퉁불퉁해졌다.

세상에 뿌려진 하얀 눈들이 사라지고 있는 순간이다. 사람들의 걸음은 대지 위 모든 것들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땅을 뚫고 나온 풀잎들도 누군가의 발길에 밟히고 나면 짓눌러지고 멍이들 기도 한다. 그러다 여린 잎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기도 한다. 그렇게 대지 위 수많은 생명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사라지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모습을 감춘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시 탈바꿈을 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러한 과정은 필수이다. 이처럼 한 겨울 내리는 눈은 대지를 덮고 병든 땅의 기운을 죽이고 새로운 생명을 틔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라진다는 것은 새로운 탄생과도 연결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형체로 변화되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주 속에 연결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 속에 지속되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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