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를 갔다.
제주 서쪽 해안도로에서 만난 겨울바다
바람을 타고 달려오는 하얀 포말들이
검은 바위에 부딪히며 멍든 가슴을 보여준다
겨울바다의 숨소리는 묵직하다
먼 곳에서 수십 리를 달려와
인적이 드문 해안가에 엎드려
절규하는 소리로 읊조린다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다 보면
그 속에서 자신의 형체가 보인다
바닷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너를 만난다
그 순간,
흔들리는 물결 위에서 춤을 추듯
서 있는 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닿을 듯 말 듯한 서로의 존재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게 매 순간
우린 불완전한 존재로
서 있나 보다
그 불완전함 속에
서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멍든 포말들이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