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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바다

by Sapiens




가슴이 답답할 때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시원함을 느낄 때가 있다. 답답함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더라도 푸른 바다의 물살과 달려왔다 사라지는 포말들을 바라보다 보면 힘든 상황을 잠시 잊히게 된다.


여행객들도 바다를 바라보며 환호를 보낸다. 마치 푸른 바다와 인사라도 하듯. 내가 왔노라고.


제주에 살고 있는 나는 바다를 자주 보게 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차창 밖으로 지나치듯 빈번하게 만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 바다를 볼 때마다 시원함을 느낀다. 파랑이 주는 선물일까?


때론 바다에 트라우마나 아픈 경험이 있다면 바다를 바라보는 것조차 아픔일 수 있겠다. 이처럼 바다는 수많은 사람의 감정들을 만나며 그 자리에 묵묵히 존재한다. 때론 욕을 듣기도 하고 때론 무심함을 성토하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그런 말을 모두 들어주며 마음을 다독여줄까? 때로는 우렁찬 모습으로 바람에 휩쓸리면서도 때론 잔잔한 호수의 피아노 연주처럼 다가오는 푸른 바다. 그도 속상함이 있을 것이다. 안타까움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 삼켜버려야 할 상황이 왔을 때 당황할 것이다. 하지만 흐르는 순리대로 움직이는 바다는 선별하지 않는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자신은 무관한 일이라고.


내가 바라보는 마음이 어지럽고 속상하다면 바다는 그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바다를 그렇게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때론 그런 마음을 떨치기 위해 바다를 찾아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바다는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서로 만나 교감을 하고 헤어진다.


넓은 마음을 가진 바다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잠시 쉬어가는 찰나에서 미소를 띠게 해주는 존재인 바다가 오늘은 나를 부른다. 파랑이 푸른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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