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50분, 잠에서 깬 신영은 화장실로 가서 씻고 나온다. 주방으로 가 텀블러에 1리터의 물을 담고 방으로 향한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서 모닝 페이지 쓰기에 갈증을 느끼던 터라 무조건 책상 위에 앉아본다.
신영은 입에서 나오는 하품을 계속하며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아들 방에 앉아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
오늘 오전에 있을 수업을 점검하면서 한효주의 ‘산다’라는 영상을 보았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다니카와 슌타로의 ‘산다’라는 시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러 번 들어보았지만 들을 때마다 여운이 깊게 남는 시다.
살아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하품을 하는 것, 물을 마시는 것, 졸음을 쫓으며 책상 위에 앉아 있는 것, 무언가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는 산다는 것은 아름답고 밝은 곳으로 걸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은 아름답고 그 속에서 악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캄캄한 새벽 시간, 살아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을 느낄 수 없는 시간, 신영은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세상이 과연 아름다운 곳인가?’에 대해서.
악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물론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노력을 하는 이들도 많다. 불공평과 불공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의 이웃들이다. 가진 것 없는 소시민들의 애환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도 세상은 아름답기만 할까? 물론 세상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흙탕물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불편함이 타인의 편함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나의 좌절이 타인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나의 아픔이 타인의 기쁨이라면, 그것이 삶이라면...
누군가에게 세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옥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함께 힘을 합쳐 걸어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그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시도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큰 결과를 가지고 온다고 생각해 본다.
신영은 문득 그 아름다운 세상을 열기 위해 오늘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