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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친구

by Sapiens

기억

그날도 포근한 햇살이 눈이 부신 날이었지. 나무 벤치에 앉아 서로 음악 하나로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고 있었다. 도서관 뒤뜰에 있는 나무 의자 위에서 흩날리는 분홍 꽃잎은 마치 20대 청춘처럼 설레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라보고 있었지. 우리의 50대를. 흘러간 과거를 이야기하며 지금의 우리를 순간의 필름 속에 담아놓고 있었다. 너를 만나 난 외롭지 않고 힘들 때마다 너를 찾아 위안을 받곤 했지.


봄볕의 따스함이 주는 온도로 나의 마음속 찬 기운을 끌어올려 주는 너는 나의 베프.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너도 나와 같은 감정이었다는 것을.


서로 이어폰을 나눠 끼고 한참을 의자 위에 앉아 묵언 속 대화를 나누었지. 스치는 바람도 손등에 다소곳이 와 앉는 꽃잎도 우리의 감정을 흔들어대지 못했다.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사하게도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며 삶의 고민도 비슷했다. 그래서일까? 너와 나의 녹록하지 않은 삶을 교감하며 서로 마음이 통했을까?


너를 만나 편안하고, 너를 만나 고민을 나누고, 너를 만나 웃을 수 있었다.


아직 더 힘든 어려움이 남아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내가 또는 네가 부르면 달려와 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어서일까?


서로 소중한 배려로 상처 주는 언어를 벗고, 웃는 모습으로 바라봐주고, 항상 응원해 주는 너는 나의 설렘을 자극하는 특별한 존재다.


저가 카페에서 몇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그 시간에 행복할 수 있는 우리. 때론 명품 대화를 나누며 지적 허기를 채우기도 하지. 오천 원의 정식을 먹으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좋아하는 우리. 그래 우리는 닮은 점이 많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나간 기억들이 소중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떠오를수록 좋은 기억들은 미소 짓게 하는 명약이 되기도 한다. 그 미소를 바라볼 수 있기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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