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민수야! 민수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당황한 신영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흔들며 깨우는 아들은 반응이 없었다. 신영은 휴대전화를 찾고 있었다. 119에 전화를 하고 있다.
순간, 어정쩡한 모습으로 정신을 차린 민수를 바라보며
“괜찮니? 민수야?”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였는지, 민수는
“괜찮아요. 엄마 그냥 의자에서 넘어졌어요.”
라고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신영은 119에서 의논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민수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던 신영은 다음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어머님, 보이지요? 이건 물혹이고 **라고 봅니다.”
“확실한가요? 선생님, 정말인가요?”
“네.”
시야 속에 비치는 MRI 사진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민수는 아직 꽃도 펴보지 못한 중학교 3학년이다. 신영은 앞이 캄캄했다.
‘어떻게 하지? 우리 민수 어떻게 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모든 이야기를 민수가 듣고 있었다. 옆에서 어찌할 줄 몰라하는 신영에게
“엄마, 왜 그래요? 나 괜찮아요. 엄마가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그랬다. 예전부터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신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린 민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울었다. 병원 수납실 앞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여보, 일어나요.”
신영은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정신없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받아들일 수 없는 진단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민수는 차분했다.
신영과 민수 아버지는 밤새 한잠을 못 잤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자 늘 하던 대로 아이를 태우고 학교로 등교를 시켰다. 민수와 신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신영은 침대에 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민수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신영은 그렇게 일주일을 울면서 지내야 했다.
민수 아버지가 서울대 병원에 예약을 해 둔 터라 신영은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병원을 예약한 날 아침이 밝았다. 신영은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렸다. 무거운 집안 분위기를 민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다. 밥을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일부로 차린 음식을 먹는 채 했다.
우리는 가볍게 챙기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침묵 속에서 우리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오르기 시작했다.
탑승을 완료하고 의자에 앉아있던 신영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순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아, 내가 아직도 내려놓지 못했구나! 좋은 학교, 대학을 못 가면 어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대화를 나누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신영은 이제 민수가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직장, 결혼 등 앞으로의 미래에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신영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느끼며, 옆좌석에 앉아있는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아이의 손을 잡으며 생각했다.
‘아, 나에게 이런 깨달음을 주기 위해 아픔을 주신 것이구나!’
그렇다. 신은 누구에게나 짊어질 수 있는 아픔을 준다는 사실. 그렇게 민수의 아픔이 나의 고통으로 온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신영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한결 마음이 평안해졌다.
병원 로비에서 수많은 중증 환자들을 바라보며 신영은
‘민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구나!’
느끼고 있었다.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민수의 이름을 부르고 우리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제주에서 왔네. 어, 이거 아닌데요.”
“네?”
“이 병원이 어디 있는 것이지요? 오진입니다. 간단한 검사 하나만 더 해보도록 할게요.”
우리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진료실을 나오고 간호사가 하라는 검사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뇌파 검사지를 보면서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그나저나 민수 너 공부는 잘하니?”
“네? 아….”
“열심히 공부해라, 잠은 푹 자도록 하고.”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괴로울 것도 사라진다. 오진이라는 경험을 처음 해보았지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영은 세상의 모든 신께 감사함을 느꼈다.
사실 오진으로 인해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신영은 민수를 바라보며 나에게 온 이 아이를 최대한 잘 키워낼 수 있는 의무와 책임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였다. 아이를 통해 신영은 또 한 번 성장을 한다. 그리고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