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화창한 봄이다. 야외 테라스에는 연분홍 장미가 꽃병에 꽂아 놓여 있다. 유리병 안에 살구와 피치 열매가 채워져 있다. 그녀는 바쁜 걸음으로 주방으로 가 따뜻한 히비스커스잎을 유리 주전자에 넣고 따뜻한 물을 넣는다. 한 손에는 주전자를 또 한 손에는 컵을 들고 다시 테라스로 향한다.
의자에 앉아 하얀 머그잔 안에 우러난 차를 따라 붓는다. 잔에서는 따뜻한 그녀의 마음이 피어오르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마음이 들떠 있다. 그리곤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아침에 피어난 온갖 친구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테라스 기둥에 피어난 장미에게도, 히비스커스잎이 담긴 유리잔에도, 살구와 피지에게도, 그리고 화창한 봄 향기에게도 인사를 나눈다.
그녀는 아침햇살처럼 맑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친구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있다. 마음을 흥분시키는 친구들이 있어 설레는 아침 시간이다. 오롯한 대화상대로 함께하는 친구들, 순간, 그녀는 앞에 놓인 꽃병에 담긴 장미를 바라보며 미안한 감정을 품는다.
“미안해, 너희들의 모습과 향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그럼에도 방긋 웃어주는 장미들을 바라보며 그녀들의 운명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 너희들이 꺾이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며 멸해지는 존재처럼, 그녀 또한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본다. 누군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나눔을 하는 존재이고 싶다는 생각이 인다.
삶은 이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신다. 아, 좋다. 너희들이 있어 이 시간이 행복하다. 싱그런 너희들이 찾아와 주어서 고마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