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졸업 시즌인가 보다. 지인들의 졸업 소식이 들린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입학을 하고 졸업이라는 의식을 치러보았을 것이다.
입학식과 다르게 졸업식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만남과 헤어짐에서 서로 다른 감정이 생기듯, 설렘과 아쉬움, 이별의 느낌이 짙어진다. 그래서일까? 울려 퍼지는 음악 또한 다르다.
졸업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상급 학교로 입학을 하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전주곡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아무런 감흥 없이 입학하고 졸업식에 참석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 아이들의 졸업식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비례하며 달라졌다.
특히 인상적인 졸업식 이벤트가 떠 오른다.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그날 초대 가수가 있었다. SG 워너비 멤버인 김진호였다. 김진호가 직접 부르는 ‘가족사진’이라는 노래는 졸업식장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그는 이제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로 나가는 청춘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 졸업식에 무료 순회공연을 다니며 그들의 졸업과 사회진출을 응원하고 있었다. 젊은 청춘의 순간에 또 다른 새내기 청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날 수많은 학부모 틈 속 지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눈시울을 따갑게 했다. 마치 내가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의 이야기를 읊어주고 있는 듯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느 누가 이런 선물을 줄 수 있을까? 감회가 새롭고 그의 열정이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졌다.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두 곡을 부르는 동안 감정이입이 되어 강당에 서 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졸업식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을 남는 추억 하나쯤은 있는 것 같다.
그날 이후 아들은 대학을 다시 입학하게 되었고, 나는 엄마로서의 양육을 졸업하게 되었다. 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는 해가 되어 주었다. 철저하게 아이들과의 분리를 실행했고, 나만의 인생을 오롯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살아가다 보니, 이런 졸업도 내게 주어졌다. 아이들이 훨훨 날아가듯 나도 나의 세상을 훨훨 날아가려 한다. 한 번뿐인 인생을 죽도록 사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