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오고 나면 무지개가 뜬다
-무언가를 풀어놓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에는 몰랐다.
그냥 살아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어느 날 파란 하늘이 회색빛으로 돌변하던 순간,
두두두두 떨어지는 너는
모두를 당황시키곤 했지.
어딘가에 멈춰 서서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면
너를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가는 이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네가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나면
놀라 숨어있던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일곱 빛깔 눈부신 화려한 옷을 입은 네가
우리를 향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설레게 한다.
삶은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살다 보니,
쏟아내는 네가 있어
푸른 하늘 위 무지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
열매가 숙성되어 나무와 분리될 쯤이 되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무지개는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가는 시간 속에 무언가를 풀어놓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열정과 노력을 삶 속에 그려놓는다는 것이었다.
소나기가 오고 나면, 무지개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