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바느질하는 모습도. 내가 바느질을 하는 경우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만큼 지난한 과거보다 삶의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고, 옷이 낡기 전에 폐처분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물며 오히려 레트로 패션으로 구제 가게들이 성행하기도 한다. 허름하고 찢어지고 구멍 난 디자인들을 착장 하며 선보이는 덕구들도 있다.
지난 과거, 어릴 적에는 양말도 구멍이 날 정도로 오래 신었으며 바느질을 하며 꿰어 신어 다니곤 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백화점에서 양말 6켤레에 9.900원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옛날 실로 꿰매어 입던 기억이 떠 오른다. 요즘 양말은 기능성을 갖추고, 디자인도 다양하고, 우선 색감이 참 예쁘다. 가격도 착한 편이다. 그러니 누가 낡은 양말을 삶고 손을 보며 바느질하면서까지 신고 다닐까?
어릴 적 스키니바지가 예뻐서 손바느질로 펑퍼짐한 나팔바지를 줄여 입었던 기억이 난다. 꼼꼼하게 한 땀 한 땀 줄이면서 난 입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옷을 수선한 것 같다. 그렇게 줄이고 입으면 언니들이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었었지. 완전 다른 옷이 하나 탄생하는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지금은 돈을 줘도 못할 일이다. 시력도 가물가물한 나이가 되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 또한 오래 하지 못하겠다.
가끔 아이들이 옷이 벌어졌을 때 바느질 통을 꺼내 들고 메꾸어주면 얘들은 감쪽같다고 신기해하며 칭찬 일색이다.
그러고 보면 손재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옷을 구입해서 다듬고 체크할 때 예방차원에서 바느질을 할 때가 있다.
그렇게 아주 가끔 바느질통을 꺼내든다. 이제는 골동품과도 같은 빨간 통이 있다. 결혼할 때 꼭 준비했던 바늘 쌈지통이 지금까지 서랍 안에 놓여 있다.
언젠가 서로 이별의 순간이 올 것을 알기에 가끔씩 열어보기도 한다. 어느새 바느질 쌈지통 안에서는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시절의 먼지가 쌓이듯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의 초침이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