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3월의 초입, 거리에는 앙상한 벚꽃가지들이 뭔가를 품고 있다. 얼마 없으면 톡톡 깨어날 그들이 참으로 경이롭다.
어제 제주에 내려온 딸과 외곽지로 드라이브를 했다. 서쪽 도로를 달리며 중산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봄의 정령들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연 따라 피어나 한바탕 세상 속의 환희를 맛보고 바람결에 사라질 그들의 모습이 선하다.
온 세상을 물들이는 시간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도 열 달 동안 배속에 품었다 세상에 나오듯 그들도 인연을 맺고 싹을 피우고 열매를 터트리며 세상과 만난다.
그렇게 피어나는 많은 싹들은 어느 날 바람결에, 누군가의 손길에, 스치듯이 떨어져 사라지기도 한다. 그들도 인연에 따라 우리처럼 생로병사를 겪고 있었다. 사계절의 시간 동안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견디며 피어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봄의 화양연화를 즐기듯 우리도 20대의 청춘의 시기가 찾아온다. 사람들의 간섭 속에서 그들도 우리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대로의 그 시기를 즐기지 못한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시야에 들어온 네 모습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인연이라고, 마음이 통하는 것도 인연이라며 속삭이는 듯 마음속에 머문다.
그 자리를 떠나며 인연 따라 만나고 이별을 한다는 회자정리라는 말을 되뇐다. 그렇다. 우리는 찾아오는 인연을 맞이하고 떠나가는 인연과 이별을 하며 새로운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진다. 그러한 반복되는 일상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 내 삶도 그렇게 머물다 갈 것이다. 연기처럼 사라지듯, 꽃이 지듯이, 어느 날 홀연히 떠나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 머무는 이 시간 맘껏 살아내자. 누군의 간섭에도, 스침에도, 파동을 일으키지 말고 꿋꿋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자고 생각해 본다. 어느 시기에 있든 모든 시기가 나의 화양연화임을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