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나무 그늘에 앉아

-어머니 품에 안겨

by Sap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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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나무 그늘에 앉아


sapiens



숲 속을 걸었다. 잘린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돌계단도 있었다. 길이 나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마치 무언가에 끌리듯 계속 올라갔다. 신기하게도 계단을 오르는 일이 힘들지 않고 오히려 올라갈수록 몸이 한층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할 여유 없이 앞으로 계속 정진했다. 어디까지 온 것일까? 사방을 둘러보았다. 짙은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돌계단만이 눈앞에 들어왔다. 한 계단을 오르면 또 한 계단, 그렇게 오르고 올랐다. 마지막 계단임을 알아차린 건, 더 이상 계단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사방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역시나 앞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나는 나의 두 발만이 시야에 고정될 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계단이 없음이 확실한 것 같다. 계단은 안 보이고 발만 보였기 때문이다.


어디론가 한 참을 걸어갔다. 나의 발길만이 길이 되어 걸어가는 곳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 정도 걸어 들어온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안개가 조금은 걷힌 듯이 사방이 조금씩 시야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간,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무지갯빛이 보이는 듯했다. 서서히 빛이 보이는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것은 무지갯빛이 아니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특이하게도 처음 보는 신기한 나무였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뚜렷하게 형체를 드러내 보였다.


궁금해서 나무 주의를 돌며 기둥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는 나무 위 나뭇잎들을 올려다보았다. 형형색색 너무도 아름다운 자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신비스러웠다. 조심스럽게 나무에 기대어 앉아보았다.


나무 기둥이 너무도 포근했다. 분명 거친 나뭇결인데 등을 기대는 순간, 누군가의 체온처럼 나의 몸속으로 무언가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너무도 익숙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어머니! 나를 이 세상에 품어주신 어머니...


그렇다. 10년 전 나의 어머니는 수목장을 해 떠나보냈었다. 이 포근함은 나의 어머니의 품이었다.


어머니!!


순간, 난 일어나 나무기둥을 와락 끌어안았다. 어머니의 냄새를 맡고 싶었다. 두 팔을 벌려 나무 기둥을 안고 두 뺨을 비비며 어머니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이 순간 나무는 나무가 아니었다. 난 어머니와 10여 년 만에 만나 그리움의 마음을 비워내고 있었다. 어머니의 숨소리, 어머니의 손길, 어머니의 품 냄새, 모든 것이 10여 년 전 그대로였다.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끈 것일까? 그럼 여긴 어디인 걸까? 천상의 계단을 오르고 천상의 세계로 들어온 것일까? 순간, 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롯이 어머니와의 시간을 맘껏 누리고 싶었다.


나의 짝사랑의 상대였던 어머니, 나의 전부였던 어머니, 나에겐 어머니가 특별한 존재였다. 마흔두 살이라는 나이에 나를 품고 키워주신 분...

감사합니다.

나는 어머니 품에 안겨 맘껏 그리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따뜻한 품으로 쓰다듬어주시는 어머니...

나는 어머니와 등을 대고 앉아 마음의 소리를 나누었다.


인생에는 희로애락 애오욕, 칠정이 있듯, 내 마음속 다양한 감정을 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나무의 색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어머니는 환한 미소를 띠며 사라지셨다. 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눈을 떴다. 나는 어머니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아! 어머니를 만나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의 육신이 뿌려진 나무를 돌며 한 참을 바라다보았다.


"어머니~ 안녕!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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