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단속

-주체적인 삶

by Sapiens

구간단속



우리는 무엇인가에 얽매이며 살아간다. 생각은 뇌를 지배하고 뇌는 행동을 지배한다. 매일 행하는 일들도 우리는 습관처럼 하는 듯 하지만 생각의 지배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오랜만에 서부산업도로를 탔다. 서귀포까지 처음으로 내가 운전대를 잡고 달렸다. 그날은 떨림과 긴장 속에 움직였다. 가는 길은 어찌어찌 가서 일을 보다가 잠시 차를 마시는 동안 돌아오는 길을 걱정하고 있는 자 자신을 발견했다. 고속으로 내달리는 차들 틈에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또다시 긴장이 되었다.


차를 몰고 달리고 있는데 구간단속 지역이 만들어 운행하고 있었다. 최고 속도 80킬로를 넘으면 안 된다. 안심이 되었다. 오히려 편안한 운전이 되어 안심하게 제주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구간단속 때문에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주변 차들도 제한 속도를 지키며 평화로움 속에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처음 서귀포를 운전하는 일은 이제 쉬운 일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 위에도 구간단속이 있을까?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는 것들에 제한을 두면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는 것들 말이다. 사회적으로 법과 제도로 삶을 좀 더 편리하게 제한을 두는 경우가 해당될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규칙을 만들어 서로의 안전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어떨까? 다양한 개인의 삶 속에도 누구나 삶의 구간단속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일정한 속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자신만의 규칙은 누구나 세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이고 살아가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만의 소신을 잊은 채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기준을 가지고 생활해 간다. 그것이 편견이든 선입견이든 자신 앞에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비추어진다.


일정한 시기 우리는 주어진 임무에서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바라본다. 사실, 대학을 꼭 가야 하는 문제, 결혼을 하는 문제, 성별차별, 가부장적 요소 등 우리 세대의 구간 단속은 인생을 지배할 만큼 강력하게 작용했다. 구간단속이 느슨해지듯 이제는 이러한 개념들이 희미해지고 세대차이를 가져온 지도 오래다.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수많은 변화와 발전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켰다. 그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대이다. 그래서 또다시 변화에 편승하기 위한 속도를 낸다. 구간 단속이라는 강제성 위에 우리는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삶의 방향을 일률적으로 향하게 하는 마약과도 같다. 습관은 성격을 만들고 성격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주어진 제도 속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며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인생길 위에서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삶을 걸어가길 바란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구간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구속되어 살아간다. 그 길 끝에는 조종당하는 삶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삶의 운전대를 내어주지 말고 당당히 조종하며 항해하길 바란다. 구간단속 구역에서도 내 속도를 지키며 자유롭게 달릴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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