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첫 항암, 구토를 목격하다

2020. 4. 21 화

by 전해숙

대수술이었지만 회복은 생각보다 빨랐다. 8일 만에 퇴원했고 장을 일부 절제한 탓인지 계속되는 설사 외엔 별 문제가 없다. 항암은 수술 후 한 달 이내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하신다. 두려웠다.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고 설사에다 체력이 바닥인데 그 힘들다는 항암을 버틸 수 있을지. 하지만 교수님은 바로 항암을 명하셨다.오늘이 그 첫날이다.


대부분은 외래에서 항암 주사를 맞고 귀가한다고 한다. 부작용이 2~3일 후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굳이 입원을 하지 않는다고. 문제는 그 부작용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증상과 강도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수술보다 항암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무엇보다 다른 환자에겐 없었을 설사에다 항암제가 들어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서웠다.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으니 주사는 외래에서 맞고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보는 절충안을 택했다.


항암 주사실.

간호사실을 중심으로 출입구를 제외한 세 방향에 칸막이 쳐진 침상들이 족히 20 병상은 넘어 보였다. 늙은 이와 젊은 이, 남자와 여자, 다양한 환자들이 빈 곳 없이 누워 항암제를 맞고 있다. 입구 의자엔 다음 환자들이 침상이 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남편과 나의 표정도 그러하리라.


화장실 갔다 온 사이.

대기 중이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모두 복도로 나와 있었다. 무심코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 남성 환자가 대기자용 의자에서 심한 구토로 웩웩거리고 있었다. 칸막이 침상에서 급히 나온 듯했고 대기자들을 서둘러 복도로 내보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항암제 부작용을 처음 목도한 순간이었다. 항암 주사를 맞는 도중에도 저렇게 토할 수도 있구나. '암' 하면 바로 연상되는 '구토'는 상상보다 훨씬 두려운 광경이었다. 온 주사실을 다 울릴 정도의 소리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두렵게 하고도 남았다. 나도 저러면 어쩌나, 다른 환자들도 얼마나 불안할까, 점점 겁이 났다.


마침내 이름이 불렸다.

침상엔 1회용 시트가 깔려 있었고 옆엔 보호자 용인 듯한 의자 하나, 누워서 볼 수 있는 높이에 TV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환자를 위한 배려인 것 같다. 먼저 구토 방지제라며 알약을 주었다. 항암제는 두 종류로 하나는 4시간, 하나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되도록이면 일찍 오라던 임상간호사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케모포트 심었다는 말에 “아, 그래요?”라며 반긴다. 독한 항암제를 반복 투여하다 보면 혈관이 시커멓게 타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그녀들도 혈관 찾고 찌르는 수고를 안 해도 되니 왜 반갑지 않으랴.


약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숨어있던 암세포들이 이 약에 다 사멸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갑자기 얼굴로 확 올라오는 열감. 덩달아 공포감도 밀려왔다. 급히 간호사를 불렀다. 처음 맞으면 그럴 수 있다며 속도를 늦춰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일반 링거대와는 다른 독특한 장치가 달려 있었다. 속도 조절기였다. 남편이 사 온 김밥으로 점심을 먹어가며 오후 내내 투약, 끝나고 나니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다른 환자 한 명과 둘만 남았다. 환자들이 나가고 커튼이 젖혀진 침상 칸들이 음침한 모습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13층 입원 병동 가는 길.

들어올 때 미로 같았던 느낌에다 모두 퇴근해 버린 복도는 꼭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제발 부작용 없이 쉬는 듯 있다 퇴원할 수 있기를.



*케모포트: 항암제나 주사제를 혈관을 찌르지 않고 바로 넣을 수 있는 장치. 쇄골 바로 아래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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