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2. 월
브라카 변이 유전자는 내게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딸 아들 관계없이 유전될 확률은 동일하고 심지어 형제들도 검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발병률은 딸에서 더 높다는 말에 검사를 서둘렀다. 백만 원이 넘는 고액 검사였지만 나의 결과로 보험 혜택은 가능했다.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예약 시간은 오후 4시 반.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긴장되고 초조해졌다.
드디어 딸의 전화.
“엄마, 결과 나왔는데... 00(동생)은 엄마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 있을지 내가 자신이 없어.”
딸의 목소리는 많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결론은 나도 엄마와 똑같대. 유전되어 있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브라카 1 이래? 2래?”
“그것도 엄마와 같대.”
난소암과 유방암 발생 확률이 70%에 이른다는 변이 유전자2. 열 명 중 발생하지 않는 사람이 3명 정도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된대?”
“정기적으로 정밀 관찰을 해야 하고,
유방암은 생존율도 높고 예후가 좋아 사전 절제하는 사람은 잘 없고,
난소암은 50대가 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많이 들어낸대.
이 달 28일에 나 같은 사람을 위해 5개 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모여 상담과 교육을 한대서 예약하고 왔어.
만에 하나라도 엄마가 죄책감 느끼거나 그럼 안돼.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면 돼.
그래도 엄마 덕분에 미리 알게 된 것만도 어디야.
아님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나도 엄마처럼 갑자기 당했을 거 아냐.”
딸은 오히려 담담히 날 위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왈칵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난 왜 이리 끝까지 못난 엄마일까. 돈 한 푼 못 물려주면서 이런 거나 물려주고...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할까. 이제 겨우 30대인 딸이 남은 긴 세월을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니... 처음으로, 돌아가신 지 40년도 지난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내게로 물려준 걸로 끝낼 것이지, 할마시, 꼭 손녀에게까지 가게 할게 뭐람. 뭐 좋은 거라고.'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참으로 잔인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