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30 목
또 한 해가 간다.
암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5년 생존율 20%', '완치란 없다'는 말은 인생을 송두리째 다시 보게 했다. 재발률마저 높아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누구에게 가장 미안할까?
어느 날 갑자기 든 생각이다.
몇 번을 자문해도 답은 '남편'이다. 화들짝 놀랐다. 맞다. 남편에게 가장 미안하다. 왜 하필 남편일까? 제법 긴 세월을 홀로 살게 해서? 자식 뒷바라지를 혼자 맡게 해서? 생각해 보니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이다.
남편과 나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열렬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주변 여건에 떠밀려 한 결혼이니 당연할지도. 불만은 서로가 있었을 텐데 주로 표현하는 쪽은 나였다. 그것도 근본적인 성격 차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완벽 추구형이지만 남편은 좋은 게 좋다는 형이다. 자연히 끊임없이 내게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남편은 '에이~ 귀찮아서 내가 참고 만다'는 투였다.
누가 옳고 그른지 문제가 아니라 관점 차이였는데... 남편도 타고난 대로, 자기 생각대로 살 자유와 권리가 있는데... 남편의 현재 모습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이론은 잘 알았지만 실천은 하지 못하고 살았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최소한 마지막 순간에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때의 후회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불만거리가 좋아 보일 리는 없다. 다만 노력은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실천할 것으로, 마음에 안 들더라도 입 밖으로 내지는 말자. 그러면 최소한 남편에게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기. 잔소리는 입 안에서만. 너무 늦은 반성이다. 그마저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으려는 나의 이기심이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