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암 병동 최악의 밤

2020. 5. 8 금

by 전해숙

응급실을 거쳐 1인실에서 하루를 잘 지낸 다음 예상대로 2인실로 옮겼다. 예전과 달리 2인실도 보험 적용이 되어 5인실보다는 비싸지만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어버이날이다.

딸이 손자 얼굴 사진에 카네이션 화환을 두르고 어버이날 노래를 배경으로 한 동영상을 보내왔다. 소소하지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다. 손자가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카네이션도 따라 움직인다. 보고 또 봐도 입꼬리가 귀로 간다.


손자가 주는 기쁨을 옆 침상 환자가 자꾸만 빼앗는다. 지난밤에도 두 자매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았다. 그나마 환자인 언니가 일찍 잠든 것이 다행이었다. 나도 비로소 잠들 수 있었다. 자정이나 지났을까? 다시 커진 자매 목소리에 깨고 말았다. 언니가 잠꼬대를 심하게 해서 동생이 깨웠다고 했다. 동생이 잠꼬대를 흉내 냈고 그게 우스운지 깔깔깔 소녀처럼 웃고 난리다. 아들이 인상을 쓰고 한숨을 푹푹 쉰다.


다시 겨우 잠들었는데 그들은 기상 또한 이른 새벽이었다. 이번에는 화장품이 수다 소재가 되어 언니가 00 세럼을 권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그들은 환자와 보호자가 아니었고 그곳은 그들에게 병원이 아니었다. 참다못한 아들이 폭발하고 말았다. 옆 침상으로 가더니 점잖게 한 마디 한다.


“여기 치료하고 간병하러 오신 거 아닌가요? 그렇게 지내시려면 1인실로 가셔야지요. 저의 어머니가 설사로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시는데 어쩌다 잠들만하면 이렇게 깨워 놓고... 옆 침상도 어느 정도는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만 듣고 있더니 알겠다고만 한다. 끝까지 미안한 생각은 안 드는 모양이다.


그건 약과였다. 밤에 더 큰일이 벌어졌다. 분명 부인암 병동인데 폐로 전이되었을까? 낮에도 환자가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갑자기 피를 토했단다. 그것도 검은빛 피를. 간호사가 달려왔고 온갖 기기들이 병실로 들어와 중환자실이 되어 버렸다. 현장에서 엑스레이 찍은 결과 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다고 했다. 환자의 신음 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 코로 삽관을 해야 한다는 전공의 말에 흥분한 환자는 고래고래 고함까지 지른다.

“내가 콧줄을 왜 해~~? 나 그럴 정도는 아니란 말이야~~.”


완강한 거부에 전공의도 강제로 할 수는 없는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의사가 돌아가자 이번에는 대놓고 간호사들을 욕하기 시작한다. 아예 '기집애'라고 한다. 불은 대낮처럼 밝혀져 있고 삽관하려는 전공의와 간호사, 거부하는 환자의 발악이 계속되었다. 실패가 되풀이되니 몇 번이고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어갔다. 아들이 몸 상태가 안 좋아 오후에 집으로 간 게 그나마 다행이다.


설사는 계속되고 기운은 하나도 없고 이 상태로 이틀 밤을 못 잔다면 정말 죽을 것만 같다. 쓰러지기 직전이다. 어디든 잠잘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복부를 움켜쥐고 복도로 나갔다. 우리 병실 외에는 쥐 죽은 듯 고요하고 간호사실도 비어 있다. 반대쪽으로 반 기다시피 갔다. 간호사 한 명이 보였다. 사정 얘기를 했다. 어디든 잠잘 수 있는 곳이면 상관없다는 말에 따라오라고 한다. 처치실이었다. 커튼을 치고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2인실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님을 두 번째로 경험한다. 5인실보다 상대적으로 중환자가 많고 운이 안 좋으면 더 쉬지 못하는 곳이 2인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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