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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24. 2021

닥터경비정을 아시나요?

어떤이의  죽음

   

 긴급한, 위험한, 심각한, 위중한 이런 단어들이 주는 느낌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세찬 심장의 두근거림이다.

깜깜한 바다 위, 출동 중인 경비함정에서 스피커를 통해 이런 단어를 접하게 되면 기분 나쁜 소름이 오소소 등 뒤를 타고 훌쩍 뛰어오른다.     

2021년 8월 현재, 서·남해안의 섬은 대충 156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유·무인 도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70대 이상의 고령자가 절대다수로 섬 인구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과 의료시설 탓에 낙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헬기가 긴급출동을 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기상이 악화되는 날 (안개, 풍랑, 강풍, 폭우)과 심야에는 헬기가 쉽게 뜨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서지역 응급환자 대부분을 해양경찰 경비함정이 도맡아 이송하고 있다.  


   

5000톤 경비함정 독도수호


이번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 출동기간에도 사망자 1명과 응급환자 1명을 이송했다.

출동 3일째인 21일 저녁 7시경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어선에서 선원 한 명이 물에 빠져 건졌으나 사망하였다.

“ 알림, 가거도 40대 남성 선원 1명 사망사고 발생, 총원 주지하고 이송에 만전을 기할 것.”조타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서둘러 안전모를 쓰고 구명조끼를 입고 동료들과 들것을 준비해 놓고 줄사다리를 경비함 측면에 메단다.

해양사고나 응급환자 이송 요청은 꼭 날씨 나쁜 날 많이 발생한다.

오늘 바다 날씨 역시 바람은 세차고 파도는 2미터로 매우 높다. 한마디로 악천후다. 걱정이 많이 된다.

 00시 40경 대형함정 으로부터 약속한 해점에서 어렵게 사망자를 인계받고 진도 서망항 인근 해역까지 전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갑판 뒤쪽에 시신을 곱게 모셔두고 이생에 못다 한 인연과 시간들, 저승에서 나마 편히 잘 지내시라 짧게 명복을 빌고 내 맘속 간소한 장례를 치른다.' 이 사람 몫까지 福지으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제 겨우 40 후반인데 이리 허망하게 세상 떠난 그 나이가 아깝고 젊음이 원통해서 일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일면식도 없는 이 남자. 이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언제부터 인가 사망자를 이송하거나 시신을 인양할 때면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잠시 동안 하얀 사체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문득 삶과 죽음의 대해 생각해본다. 많이 살지도 않았으면서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온 주제에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행로를 궁금해하다니 감히 너 따위가. 스스로 같잖다.

크리스마스 밤의 불가사의

     

 소설가 김훈은 “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글에서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고 했다. 죽음이 가볍기 때문에 자신의 남은 삶의 무게를 버텨 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들은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갈 때야 비로소 삶의 무거움을 버텨낼 수 있는 존재들일까? 세상의 모든 죽음에 결코 가벼운 죽음은 없을 것인데.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도 다 이유가 있어 그 자리에 놓여 있다는데 하물며 사람의 죽음이라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면 살인을 처음 저지른 동료가 실감이 안 난다며 괴로워 하자 클린트 이스트 우드가 말한다.

“그게 바로 죽음이야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미래까지 빼앗는 것이지..

삶도 어렵고 죽음은 더더욱 어려운 미완의 인생.

지금부터 라도 가볍게 죽을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싶다.

어찌하다 보니 안 어울리게 죽음에 대해 너무 진지해졌다.    

그렇게 이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두 시간을 달려 진도 연안구조정에 사망자 및 보호자를 인계했다


    

칠흑 같은 어둠과 때때로 짙은 안개, 높은 파도를 헤치며 레이다와 전자해도에 의지한 채 수 만리 밤바다를 달려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함정 분위기는 숙연하다.

제복 입고 직장생활 한지도 어언 21년. 시간의 흐름을 감안하면 익숙해질 법도 한데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긴장감은 그림자처럼 등 뒤에 찰싹 붙어서 어둠이 내릴 때 까지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응급환자 이송을 마치고 나니 3년 전 은퇴한 선배님 한분이 떠오른다. 전북 부안군 위도에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있어 그 섬에 정착하고 펜션업을 할 거라던 그분.

“섬은 말이야 공기도 좋고 바람도 좋고 사람들도 선해서 다 좋은데 딱 한 가지가 안 좋아. 큰 병 걸리면 못 나오고 죽을지도 몰라. 병원도 없고 의료헬기도 쉽게 못 뜨는 날이 많단 말이지. 그냥 죽음과 가까이 산다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할 거 같아.” 나직하게 속삭이며 선배는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난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선배가 부럽다.

사철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야산 바위틈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들, 해풍 먹고 건강하게 자란 각종 산나물들, 아늑한 섬에 찾아오는 정겨운 지기들, 그들과 향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주하고, 살아온 어제, 살고 있는 오늘, 그리고 살아갈 내일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정겹게 나눌 수 있을 테니.    

달도 숨어버린 깜깜한 밤 아직 잠들지 못한 아기별 몇 개를 길잡이 삼아 바다 위 엠뷸런스, 닥터 경비정은 오늘도 분주하게 서해 밤바다를 누빈다.                           


 

해양경찰 경비함정 몸무게는요 ^^

톤수별로 대형함정, 중형함정, 소형함정으로 분류

 대형은 헤비급, 중형은 미들급, 소형은 플라이급으로 이해하시면 돼요.


 대형함정은 삼봉급(5,000), 태평양급(3,000), 

 제민급(1,500) 한강급(1,000)이 있고 불법 외국어선 단속 등 

 에 이용합니다.

중형함정은 태극급(500톤급), 해 우리 급(300톤급)이 있고 

   주로 연안 경비 및 초계 임무의 목적으로 이용합니다.

소형함정은 해누리급(100), P-(50, 30)이 있습니다.

  기동력이 뛰어나 불법어로 감시 등의 목적으로 이용합니다.

! 함정도 다들 고유한 이름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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