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숙달의 장점 : 아무리 둔한 사람도 꾸준히 하다 보면 장인이 되거나 고수가 될 수 있다.
단점 : 인내와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포기하거나 낙오자가 되며 결과물이 없다.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이번 해상 출동은 바다 날씨가 좋아서 뛸만했으나 다가오는 20일과 21일 양일간 서해지방청 주관 해상종합훈련을 앞두고 반복되는 훈련 연습으로 인해 묘하게(?) 힘든 출동이었다.
평소에는 목포항 전용부두를 출항해서 곧장 특별경비 수역까지 2시간 30분을 이동해서 도착하고 치안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출동은 다른 때와 다르게 출동 첫날부터, 실제 기동훈련 현장 지휘함으로 선정이 되어 오전 9시부터 훈련을 시작해 2시간이 훌쩍 지나 훈련상황은 끝이 났고 평소보다 늦게 경비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훈련은 실전같이’ 란 경구를 머리에 새기며 열심히 훈련에 참가했다. 승조원 18명 총원이 일사불란하게 대동 단결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훈련이다. 막상 훈련을 시작하면 처음 계획과 달리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터덕거리고 수시로 급 브레이크가 걸려 조타실 지휘부를 긴장시키기도 한다.
출항 첫날부터 경찰서 주관 실제 기동 훈련으로 진을 빼고 둘째 날인 10월 1일. 해상종합훈련을 대비하여 항해팀, 안전팀, 기관팀 등 각 분야의 평가항목 6 종목을 오후 1시부터 시작해 저녁 식사 시간인 6시가 다 되어
간신히 끝낼수 있었다.
총원 18명이 ‘상황배치’를 목청껏 외치며 시차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맡은 바 역할을 숙지하고 순간순간 훈련 멘트를 무전기를 통해 송. 수신하며 함정 갑판위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훈련종목 중 중국어선 검문검색 훈련은 검색팀이 완전무장을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 헬멧을 쓰고 유탄발사기와 방패, 진압봉 등을 챙기고 방검복 까지 입고 나면 로보캅으로 변신하여 그 장구들의 무게로 인해 호흡도 불편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몹시 불편하다 .
검색팀 8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중갑판과 2층 조타실로 분주히 뛰어다닌다. 크레인을 이용하여 고속단정을 상황에 맞게 내렸다올렸다를 반복하며나의 체력도 서서히 고갈되어 갔다. 간신히 버티며 힘든 하루를 마감했다.
올 가을 날씨가 이상 고온이라 더위 속 한낮의 훈련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했다.
‘와 진짜 피곤하다’ 취사병이 타 준 시원한 매실 진액 한잔으로 피로를 풀며 내일 연습할 훈련 항목과 멘트를 미리 챙긴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시간의 법칙. 잘 알고는 있지만 체력이 방전되어 만사 귀찮은 이 순간만큼은 이 멋진 경구가 참으로 싫다.
출동 셋째 날, 14시 15분. 훈련 연습 중에 진도군 조도면 나배도에서 무릎을 다쳐 거동 불가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15시에 현장에 도착하여 단정팀이 직접 항포구까지 들어가 70대 후반의 여자 환자와 보호자 1명을 단정에 편승시키고 16시에 진도 서망항 119에 인계하고 응급환자 호송 상황이 종료되었다.
출동 넷째 날, 전날 3,000톤 대형함정에서 나포한 중국어선이 담보금을 납부하여 석방되었으니 영해 외곽까지 레이더로 전탐 및 안전관리를 실시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퇴거 조치를 했다.
이날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조타실에 앉아 멀미로 고생을 좀 했다.
새벽 4시. 항해당직 교대를 하고 내려왔는데 몸에 열이 나면서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체질이 기관지와 편도가 약해 좀 무리를 하면 잘 붓는 편인데 이날도 어김없이 반갑지 않은 불청객 목감기가 찾아온 것이다. 급한 데로 화이투벤 몇 알을 먹고 잠을 청해봐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8시쯤 눈을 뜨니 피로와 심해진 감기 증상으로 입안이 헐고 혓바늘도 돋아 말하기도 힘들고 음식을 삼키기도 많이 불편하다.
바다 위에서 파도를 벗 삼아 훈련에 적극 동참하면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하지만 반복 훈련의 지루함과 고단함은 인생의 고단한 봇짐이 되어 나의 양어깨를 짓누르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대다수가 참으로 끈질기게 지치지 않고 그 지루함과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잘 견디며 단련시켜서 무딘 고철이 날카로운 명검으로 다시 태어나듯 정상에 우뚝 선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그런 그들이 부럽지만 보통의 유전자를 타고난 나는 언감생심 넘볼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 뿐ㆍ
고속단정 기동훈련
맡고 있는 보직이 안전팀장이라서 외워야 할 훈련 멘트도 넘쳐나고 조타실 지휘부와 무전기로 소통도 자주 해야 하고 목소리도 커야 한다. 순간순간 상황에 대처하며 센스 있게 즉석 애드리브도 칠 줄 알아야 한다. 주어진 임무에 비해 내가 가진 역량이 많이 부족해 잘해 낼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이만저만아니다.
부처님! 부디 다가오는 훈련 평가 날 긴장하지 않고 연습한 대로 잘할 수 있게 도와 주세요. 가피를 내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