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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Mar 01. 2022

만남과 이별

회자정리, 거자필반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중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만남,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람들. 

작년 한 해 목포 310함에서 함께 생활했던 나의 동료 17명. 각자의 분야에서 실력 있고 업무에 있어서는 완벽하고 밖에서 만날 때는 스스럼없이 편하고 따뜻했던 사람들. 이런 동료들과 화목한 근무 분위기를 재직 중 다시 또 느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나온 시간들이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고 했는데 지난 일 년간 함정 근무는 나에게 있어 당연히 추억이 뿜 뿜 하는 지극히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아내와의 별거, 장거리 출퇴근, 아이들 케어까지... 지난 시간들은 분명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 많았지만 함께 했던 우리 310함 형님 동생들 덕에 잘 견딜 수 있었다. 


21년도 정기 발령에 익산에서 가까운 전북 부안을 가겠다고 원적지 변경을 해 지원을 했는데 운이 나빠 그만 목포로 발령이 나고 말았다. 


흔히 근 현대사에서 목포를 말할 때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눈물이 도시 곳곳에 묻어있고 예술가들의 작가적 혼들이 골목골목에 배겨 예향의 혼으로 활짝 핀 예향의 도시. 남도 특유의 포근함과 끈끈함이 넘쳐나는 문화 예술의 도시가 아니던가?


일반인들의 목포에 대한 접근과 이미지는 이러할진대 우리 해양경찰에게 있어  목포란?  일 잘하고 치안수요가 많아 근무하기가 가장 힘든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피하고 싶은 근무지 1순위란 얘기다.  


하필 목포라니. 처해있는 가정적 환경도 복잡한데 1 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전용부두에 도착 진도 앞바다에서 경비를 어떻게 뛰어야 하나? 수많은 생각으로 골머리가 아파왔다. 

인사발령 나던 2월 11일. 찬바람은 또 왜 그리 매서운지 헛헛한 마음을 깊숙이 난도질하는 잔인한 칼날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힘든 마음을 다잡고 300톤 경비 함정을 타고 2시간 가까이 운항해 진도군 조도면 맹골 해역에서  4박 5일 출동을 뛰고 나면 익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걱정들로 기차 안에서 이미 몸은 늘어진 엿가락 마냥 축 쳐져 신체 에너지 지수는 항상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세상사 뜻대로 안 된다더니 내 마음과는 다르게 아내와의 불화는 오래 계속되었다. 

살아가면서 슬픔과 아픔은 때로 스스로를 성숙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류의 아픔은 가급적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게 그때나 지금이나 솔직한 내 심정이다. 


만남이 그러했다


상처 입고 베이고 뜯기며 아파할 때 따뜻하게 나를 안아준 310함 나의 동료들. 1년 동안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좋은 사람들을 몇 명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한다. 


같은 안전팀 소속 오순경.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항상 많은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던 친구다. 

예상을 빗나간 어이없는 정기 발령을 받고 집도 절도 없는 목포에 도착하니 날은 춥고 잘 곳도 없는데 혼자 모텔이라도 가야 하나 싶은 그때 하늘에서 굵은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처음 본 낯선 사람임에도 착한 오순경은 방이 두 개인데 저희 집으로 가서 주무시죠 했다. 콧날이 시큰해졌다. 순간 오래전 돌아가신 엄마가 환생하신 줄 알았다. 그날 오순경이 나에게 베풀어준 따뜻한 배려는 넘어진 나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중국 유학파 변순경. 변변한 백도 없고 엮으래야 어떤 줄도 없는 평범한 인문계를 졸업한  공채 출신. 

소위 해경 자체 출신성분을 따지자면 우스개 소리로 성골 진골도 못되고 심지어 6두품도 못된 천민 출신에 속한다. 


 약간의 허당 끼는 있지만 중국어도 잘하고 운동신경이 좋아 족구를 잘하고 일처리도 야무지다. 가끔 잇몸을 드러내며 헤프게 웃지만 않으면 매력 넘치는데 그런 돈 안 되는 웃음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ㅎㅎㅎ


안전팀 막내 순경 손순경. 한샘 인테리어에서 나름 회사생활을 하고 온 친구.

 제2의 김종국을 꿈꾸며 매일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는 성실한 근육맨. 화 안내는 넉넉한 웃음이 그의 최고 매력이다. 


웬만해선 헬스를 수지 않고 하는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이 참으로 부럽다. 

힘쓰는 일을 도맡아 해 줘서 막일이 주 업무인 안전팀이 수월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부처님처럼 자애롭던 최함 장님, 업무 배테랑 선한 잔소리꾼 최기 관장님, 함정 조함 능력 일인자 강 부장님, 생각이 자유로워 웃음코드가 좋았던 장 항해장.


피지컬 좋고 항해술 뛰어난 최경사, 소리 없이 강한 이 경사, 차분하고 모르는 게 없던 전주임.

기관계통의 안다 박사 한주임, 수사 배테랑 김주임, 날개 없는 천사 박 경사, 덩치 크고 알뜰한 박순경,

 

그리고 뭐든지 잘하고 빈틈없는 나의 장자방 김 경사, 함정 살림을 도맡아 해 주었던 박 경사, 술 먹으면 엄청 해피해지는 윤 경사. 


매일 삼시세끼 함정 승조원들의 식사를 해결해 주었던 고마운 의경 동생들까지.

내 평생에 참으로 곱고 소중한 악연이 아닌 선연 들이었다. 


길가에 놓인 돌멩이 하나도 그냥 놓이는 게 없고 이름 없는 들꽃 한송이도 그냥 피어나지 않아 다 크고 작은 사연들이 있고 이렇게 저렇게 켜켜이 쌓여가는 게 인생이라더니


 삶 속에서 사물이 아닌 힘든 바다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와의 만남이라면 그 무게와 깊이를 어찌 감히 쉽사리 가늠할 수 있을까?


어느 기관에 몸담고 있든 대한민국의 공직자 들은 대부분 해마다 발령 철이면 떠날 사람은 누구인지 남는 사람은 누구일지 또 새로 올 사람은 누구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발령이 뜰 때까지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어수선해서 마음고생을 하며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잔정이 많고 이별에 무척이나 서툰 나는 특히나 이 시기 이런 분위기가 끔찍하게도 싫다.

누군가는 원하는 데로 발령이 나서 행복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원하지 않는 발령 때문에 속상할 것이다. 


사람이 바뀌면 서로 적응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약간의 적정선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중간영역을 만들고 서로 알아가야 한다. 모든 사람이 절대 내 마음 같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인간관계들.

그로 인해 출가를 해서 산속에 들어가 스님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들은 고뇌하며 살아간다.


분명한 것은 제복을 벗고 명예롭게 은퇴나 해야 자유롭지 현직에 있는 동안은 결코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목포에서 1년 고생을 하고 새해 22년에 운 좋게 서해 지방청 발령을 받아 1년 만에 이번에는 익산 집과 가까운  부안 해양경찰서 100톤 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쉽게 말하면 배에서 넘버 2인데 위로는 정장을 보필하고 행정일을 책임지고 아래로는 후배들을 챙겨서 화목한 배를 만들어야 하는 함정의 엄마 같은 역할, 돈 안 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작년 한 해는 310함 목포 에이스들 덕분에 정말 마음 편히 근무했는데 올 한 해는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예사롭지 않다. 신경 많이 쓰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힘든 시간들이 저 멀리서 아가리를 짝 벌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올해가 임인년 호랑이해. 백호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작년 한 해 함께했던 310함 소중한 나의 동료들.

새로운 곳에서 모두 모두 더욱 행복하고 건강하며 승승장구 하기를, 

마음을 다해 신께 간구하는 기도가 바람이 얼이 되어 하늘에 닿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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