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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파랑나비
May 26. 2022
바지락은 좀 버리고 가실게요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답답했던 시간들이 물러가고 하늘길이 열려 해외여행을 떠나고 음식점과 주점에서도 제법 늦은 시간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정담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대구의 한낮 기온은 32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대부분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다. 날씨가 무더워지니 시원한 바다를 찾은 행락객들도 나날이 늘고 있다.
하섬
전북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에 하섬이라는 섬이 있다.
바다에 떠있는 연꽃 같다 하여 연꽃 遐(연) 자 하섬이라고도 하고, 새우가 웅크리고 있다는 모양 같아서 새우 鰕(연) 자를 쓰는 하섬 이라고도 한다.
하섬은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날에 3,4일간 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면 바닷길이 열리고 걸어서 섬에 들어가 행락객들이
해산물을 줍는다.
지난 5월 3일 오전, 하섬에서 바지락을 채취하던 방문객 3명이 밀물에 고립되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우리는 위도 앞바다에서 해상경비 중 긴급상황 발생 신고 연락을 받았다.
하섬에서 고립자가 발생했으니 구조대, 인근 파출소 연안구조정과 공동으로 대응하라는 내용이었다.
다급하게 침로를 변경하고 30분 정도 항해하는 도중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기본업무를 하라는 지시를 다시 받았다.
하섬은 일 년에 몇 번, 대 객기 때 갯벌이 가장 많이 열리는 날, 신비의 바닷길 어쩌고 해서 평소에는 잘 안 보여 주던 속살을 보여준다.
섬이 완전히 드러나면 방문객들은 섬에 들어가 조개를 캐고 꽃게, 낙지, 해삼 등을 줍는다.
일명 해루질(바다나 갯벌 등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이 그것이다.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루질하는 재미는 그 어떤 즐거움에 비할 바가 못된다.
해산물 줍기
문제는 해산물을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안전에 소홀하다 보니 밀물에 고립되어 사망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점이다.
해루질 안전수칙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 싶다.
첫째는 물때의 정확한 숙지이다. 최소 만조(물이 차오르는 것) 2~3시간 전에는 육상으로 반드시 이동한다. 대조기 때 서해안의 물드는 속도는 성인 어른의 잰걸음보다 약 2배가 빠르다.
둘째는 안정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구명조끼, 헤드렌턴, 휴대폰(물 때 알람 설정) 나침반, 장화 등이다.
셋째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는 시간은 2시간 정도. 있으면 잡고 없으면 다음을 기약하고 신속하게 빠져나와야 한다. 더 잡고자 바위틈 갯벌 속에 숨은 해산물과 사투를 벌이다 바다에게 소중한 내 생명을 내어 줄 수 있다.
파출소에 함께 근무한 구조대원의 말을 빌자면
“신고 접수를 받고 수영을 해서 고립자에게 접근해 보면 물이 목까지 차서 금방 죽게 생겼는데, 양손에 10킬로씩 합이 20킬로 정도 되는 채취물 (주로 바지락)을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잡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는 것이다.
상상을 해보자.
밀
물에 온몸이 물이 잠겨 숨만 깔딱깔딱 쉬는 상황에서 그 무거운 짐을 양손에 쥐고 있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다. 어리석은 자살행위가 따로 없다.
“그럴 때는 가지고 있는 잠수 칼로 바지락 망을 주저 없이 잘라버리고 사람을 끄집어냅니다.”
참으로 애달픈 일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바지락을 포기하지 못해 요단강을 건너려 하고 있으니, 일단 살고 볼일이다. 조개는 또 캐면 되고 시장 가서 사 먹으면 된다.
욕심을 버리면 해루질도 인생도 다칠 일이 없고 즐겁다.
딱 먹을 만큼만 잡고 나오면 바다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고 친구가 되어준다.
무더워지는
날씨.
바다를
찾아 즐기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최소한의 안전수칙은 지키면서 안전한 바다체험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러 왔다가 슬픈 기억으로 평생 고통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일과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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